오늘은 꽤 심혈을 기울인 글을 쓰고 싶었다. '저널리즘'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내게 다시 근원적인 질문과 폭풍같은 혼란에 빠지게 한 대상을 탐구하려고 읽은 책 2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물론 실패할 것이다.)
위키리크스. 지금쯤 링블로그 고정 독자라면, 최소한 해외 가십란을 지나치며 읽어봤거나 트위터를 흘려봤다면 들어는 봤을 폭로 전문 웹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2010/12/27
공개 정보 폭증의 시대, 아는 게 힘일까 모르는 게 약일까2010/12/13
위키리크스, Net저널리즘의 본질을 논하다책 하나는 저널리스트가 사건을 재구성하는 탐정 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위키리크스라는 비밀의 정원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나간 집사의 애증 이야기다.
같은 사건, 조금 다른 시선이라는 점에서 두 책 모두 읽어볼 것을 권한다. 심지어 같은 내용에 대한 조금 다른 번역어투까지 잡아낼 생각이라면 꼼꼼하게 비교하며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일단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책은 지식갤러리가 펴낸 <위키리크스-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이다.
 | 위키리크스 -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지식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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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는 다름 아닌 위키리크스의 대변인 격인 줄리언 어산지의 가장 큰 조력자이자 동료이며 대변인이고 2인자였던 사람이다. 지금은 오픈리크스라는 위키리크스의 폐단인 독단적인 운영 방식을 거부한 또 다른 사이트로 독립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해커들답게(?) 서로 불신을 키워가다 채팅을 통해 심하게 다투고 빈정거리다가 어산지가 베르크를 축출하고 계정을 폐쇄하는 것으로 그들의 관계는 단번에 끝난다.
그리고 그는 2011년 초 이 책을 쓰고 전세계 18개국에서 동시출간하게 된다. 역사상 유래 없는 최대의 폭로매체 안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폭로'다.
베르크는 최대한 어산지와의 관계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아무래도 출판인들이 조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곳곳에서 그의 격앙된 어산지에 대한 모종의 적개심이 보였다. 일부 이 책의 서평에서 어산지에 대해 '그러면 그렇지'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이 책의 저자는 웬만큼 소득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애증에 관한 기록이다. 위키리크스 이념에 대한 절대적인 옹호와 내부 고발자들이 전해준 자료에 대한 신뢰, 그리고 정보원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더 많은 공개 정보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방향성이 잘 드러나 있다. 반면 뒤로 갈수록 줄리언 어산지의 독단적이고 폭압적인 조직 운영형태와 직접적인 둘 사이의 트러블은 증오가 깔려 있다.
결론적으로 읽어볼만 했지만 내가 원하는 '갈등'과 '문제제기'에 미흡했다. 베르크는 권력에 대한 저항과 부패에 대한 항거, 그리고 정의감을 기초로 한 폭로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저널리즘의 본질적인 고민을 '일반인의 수준'에서 비판했다. 그렇게 비판하는 것은 따갑긴 하지만 저널리스트들에게 순진하게 보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21세기북스가 펴낸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않을 권리>가 좀더 저널리스트들에게 적합한 책일 것으로 본다.
 | 위키리크스 -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
이 책에 좀더 후한 점수를 준 것은 순전히 내 취향이고 관점이라고 변명해두어야 하겠다. 나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저널리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폭풍같은 혼란을 겪어야 했고 그 고민의 절정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저널리스트의 글이 더 편하고 익숙했을 뿐이다.
'위키리크스'를 대하면서 슈피겔 기자인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의 서술방식은 매우 차분하고 객관적이다. 그리고 사건의 재구성과 인물의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상황에 몰입하게 했다. 이는 특정한 시각에 대한 옹호나 반대의 입장을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고 이런 서술 방식으로 인해 이 책을 읽게 되는 수많은 독자들은 스스로의 입장을 되돌아볼 여유를 준 셈이다.
이 책은 저널리즘의 현장에 독특한 방식으로 더욱 큰 파괴력을 지닌 새로운 시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탄생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복잡한 입장 변화를 겪게 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힌트를 준다.
저널리즘의 광범위한 실패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바로 기회주의와 돈이다. 정부의 노선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냥 뒤쫓아 가면 쉽고 편하다. 또 몇 날 몇 주를 아프간 자료에 매달리려면 많은 돈이 들지만 정부의 성명과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면 그 돈이 들지 않는다. 이 두 원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 위키리크스에 관한 논의는 아프간전쟁 자체에 관한 논의만큼이나 피상적이고 미미한 수준으로만 이루어졌다.
- <위키리크스> 215p
우리나라의 위키리크스에 대한 보도를 볼 때마다 그 '수박겉핥기식 보도'에 놀랄 따름이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지극히 자의적인 산업적 논의에는 온갖 이슈와 사건과 입장을 뒤범벅이면서 전국민적인 이벤트인 양 수십면을 할애하면서도 전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위키리크스는 섹스스캔들과 비밀파일의 존재 여부, 외교관들의 타인에 대한 사적인 평가가 전부다.
하긴 아직도 '위키리스크'로 뉴스를 검색하면 유수의 언론사 기사들이 줄줄이 걸린다.위키리크스의 폭로 방식에 주목하는 것은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이 위키리크스는 스스로 파괴력 있는 자료를 공개할 때 기성 언론사와 협업을 하는 묘한 프로세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폭로하는 방법도 전통적이면서 지금은 미디어 자사 이기주의에 의해 쓰이지 않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즈 등 세계 유수의 언론기관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문서를 공유해 함께 폭로하고 일시에 확산되는 효과를 노렸다. 이는 저널리즘 세계에 특정한 이슈를 함께 주목해야 한다는 기성 미디어와 네트워크 미디어의 협업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대중매체가 외면하는 사안을 온라인이 끌어올려 다시 대중매체에 의해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방식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목격되는 사례다.
책에서는 이런 협업에 대해 자웅동체라 표현한다. 일단 위키리크스가 최초로 의도했던 클라우드소싱을 통한 A부터 Z까지의 프로세스는 현재까지 구현되지 않았다.
기존의 언론제도와 이런 식으로 밀접하게 얽히는 것은 위키리크스가 본래 목표한 바는 아니었다. 애당초 어산지가 추구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클라우드소싱'이었다. 자료를 입수하여 평가하고 분석하는 수많은 인터넷 유저들의 지식과 힘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목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08년 위키리크스 자원봉사자들에게 보낸 자세한 메일에서 이미 어산지는 인터넷 블로거들보다 대형 매체들과 협력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쉽고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팔루자 전투에 대한 비밀 보고서를 예로 들면서 위키리크스가 '수천 명'의 블로거들에게 자료를 보냈지만 이에 대한 글을 쓴 것은 위키리크스 자신과 기성 매체들의 전문기자들뿐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오려붙이기'로 만족했습니다."
어산지는 실망의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블로거들의 문제는 정보 제공자가 없다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새로운 진실을 드러내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그날그날의 현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 걸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는 인터넷 집단지능의 지원을 받아 기성 매체의 자리를 위키리크스로 대체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보원에서 위키리크스를 거쳐 매체로 가는 3단계 방식이 되었다.
...(중략)...
현재 위키리크스는 고전적인 언론매체와 인터넷 플랫폼이 자웅동체로 결합된 형국이다.
<위키리크스> 362-363p
사실 어산지가 실망하기 전에 나부터 몇 년 전 이런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 심한 것은 블로거들이 조금 더 유명해지는 방법으로 기성 매체를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저널리즘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만 저널리스트 다운 해석보다 기성 매체의 프레임에 갇혀 '찬성'과 '반대'의 악다구니만 넘쳐나는 모습도 보여왔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도, 오리지널 정보도, 진짜 새로운 이야기도, 독창적인 해석도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도 반성해본다. 하지만 예전 내 책에서 쓴대로 직업적 저널리스트와 직업적 블로거의 구분을 굳이 하고 싶진 않다. 확실히 조직적 저널리스트들은 이런 위험한 폭로에 좀더 사회적으로 안전하지만 개인 블로거들은 불안하고 방어하기 힘든 위치에 있다. 미네르바 사건만 봐도 알지 않겠는가.
이런 직업 언론인들과 블로거들의 역할 논쟁은 옆으로 치워놓더라도 우리는 더 많은 의문을 품게 된다.
위키리크스와 오픈리크스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자료를 있는 그대로 공개할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이 공개된 정보는 누구에 의해 얼마나 더 꼼꼼하게 분석되어 제대로 해석과 주석이 달려 세상에 알려질 수 있을까.
위키리크스와 오픈리크스가 공개할 자료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이며 이 검증 과정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확인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공개를 의식한 역정보' 공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저널리즘의 본연은 '있는 그대로의 공개'인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 저 너머의 진실 추구'인가.
며칠 전 회합 모임에서 화두를 던졌다. 내가 내리지 못한 답을 남에게 듣고 싶어서이기도 했고 그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싶은 못된 심리도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국정원의 호텔침입사건을 너나없이 보도하는 우리나라 언론들을 보면서 난 "이런 것까지 공개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이 생각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내겐 큰 충격이었다. 나도 모르게 국가와 나를 동일시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내용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이 유엔 도청을 지시한 사실을 유추할만한 증거들이 있었다. 이 정보는 미국 입장에서는 절대 밝혀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중국이 유엔을 도청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정보가 공개되었다면 미국은 위키리크스를 지금처럼 싫어했을까.
최소한 위키리크스와 함께 정보를 공개하는 데 동참한 뉴욕타임즈 같은 미국 언론은 비난 받는 대상에서 떨어져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라도 어떤 정보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언론이 공개 창구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다만 그 정보의 최초 유포자인 '정보제공자'와 이 정보를 습득해서 전문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누군가 특정한 제품이나 영화를 칭찬할 때는 '소셜 마케팅이네, 바이럴이 어쩌네'하면서도 정작 블로거가 비난이나 비판을 가할 때는 여지 없이 '임시 조치'를 걸어서 한 달 동안 일단 그 콘텐츠를 격리시킨다. 포털 블로거들이 심심찮게 당하는 일들이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 기준을 두고 '말할 수 있는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에 과연 '위키리크스'와 같은 '폭로'가 있다면 우리 사회의 반응은 어떠할 것인가. 그리고 그와 같은 과정에서 우리나라 언론의 태도는 어떠할 것이며 블로거들은 어느 수준까지 역할을 할 것인가.
사회과학은 답이 없어서 재미 있다지만 현재 저널리즘은 확실히 '혼돈'의 시기다.
줄리언 어산지는 스스로 '언론인, 저널리스트'라고 부르고 '위키리크스'는 언론사, 또는 '미디어(매체)'라는데 그동안 우리 머릿 속에 있던 그것들의 정의와는 확실히 뭔가 좀 다르다. 위키리크스는 자신들이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든 간에 확실히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 그리고 미디어라는 인식의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여러분도 이런 혼돈과 갈등, 그리고 정답 없는 사안에 대한 주관을 가져보는 연습을 위해서라도 <정의란 무엇인가>와 함께 <위키리크스>를 읽어보기 바란다. 같이 고민해보는 거다. 이렇게 책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가 나만 이런 복잡한 질문들 속에서 헤매는 것이 억울해서는 절대! 아니다. ^^
* 고 장자연씨의 편지가 나왔다고 한다. 지난 번에 대놓고 협박성 공문을 전 인터넷 포털에 뿌려대며 언론사가 자기네를 유추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금칙어로 설정하라고 강요하며 입막음을 했었는데 과연 이번에도 그럴지 지켜보자. 하긴 이런 보도는 끝까지 익명 보도해주는 우리나라 언론의 비겁함에 기댈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 리스트를 차라리 저 멀리 위키리크스에 보내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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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리스트, 이번에 진짜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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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어렴풋이(?) 저또한 그런 문젤 생각하고 있었는데...
2011/03/06 14:27암튼, 뭐니뭐니해도 이 세상이 밝아지길 바랍니다!
그게 목적..인 모든 것!
아.. 책상위에 놔두고 아직 읽지는 못한 책인데..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1/03/07 16:27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