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3/03 방통위 출범, 정치적 거래 안 된다 (2)
  2. 2008/02/04 정통부 폐지론에 대한 단상 (8)
  3. 2007/10/22 한국 웹, IE 종속 [폐쇄형 공인인증서 한몫] (13)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달 29일 공식 출범했다. 이 기구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많은 기능을 통합하는 것으로 미래 미디어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통합 조직이다.

미국에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영국에는 커뮤니케이션위원회(OFCOM)이 정보통신 산업과 방송 산업의 융합 현상에 맞는 정책 개발 및 광범위한 규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그 출발의 큰 의미는 뒤로 하고 대통령 직속 기구화 되었다는 점과 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언론계는 물론 정보통신계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대통령 직속 기구화를 비롯해 위원의 구성이 지나치게 친정부 성향의 인사로 채워질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정보통신 산업계에서는 방송계의 걱정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그동안의 정보통신 산업 발전 성과가 무시되고 지나치게 규제위주로 정책을 펼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더구나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된 인사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향후 IPTV 등 뉴미디어 정책 방향이 제대로 자리잡힐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단 조직은 법적으로 출범했으나 여러가지 정치 일정은 물론 방송과 통신산업계의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본격적인 업무 추진은 이 달 말이 지나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방통위(www.bcc.go.kr) 앞에 놓인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IPTV 실행령을 정비해야 하고 방송통신산업의 기술 발전을 독려하고 기술 표준을 정비해야 한다. 또한 각종 방송사업자의 소유 지분 논란도 중재해야 한다. 더불어 신문방송 겸업이라거나 케이블TV, 위성방송, DMB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분야의 의견수렴과 제도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많은 대기업들이 뉴미디어 산업에 발을 담그려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 것 역시 방통위가 해야 할 역할이다.

■ 방송통신융합 메가 트렌드, 낡은 정치 영역 아니다
방송은 물론 통신은 정부나 정치 권력이 관심 갖기 이전부터 기술의 발전으로 태동한 산업이다. 이 두 영역의 기능 분화와 융합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이 만들게 될 사회현상과 영향력에 맞춰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파 의존도를 떠나 인터넷을 타고 흐르는 방송 콘텐츠, 모바일 단말기로 전송되는 각종 콘텐츠에 대한 생산과 유통이 기술 혁신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인터넷, HDTV, DMB, IPTV, 콘텐츠 신디케이션 등 다양한 융합 현상으로 인해 사회경제 전반이 융합 미디어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껏 많은 사회적 자본이 투여됐으며 앞으로 국가는 물론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뉴미디어 산업으로 자본의 흐름이 집중되고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테니 위정자들이 군침을 흘릴만하다. 그래서 더욱 권력으로 통제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디어 융합과 마이크로미디어로의 분산은 사회적 권력 분산형 모델이다.

정치인들의 낡은 사고방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혁신이 이미 미디어 기술 산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방통위의 유권 해석과 각종 통신 사업 인허가권, 방송사 이사 추천권한 등이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 섣불리 정치인들의 정략적 거래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단순히 방통융합이 일방적인 정략적 사고로 완성되지 않는 이유는 향후 미디어의 또 다른 주인으로 떠오를 수용자와 국민들과 직접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124년 역사의 정보통신부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고 방송 분야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들어 합쳐 놓을 때는 그만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기존 방송이 통신 기술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되고 양측의 영역 침범 현상에 대한 합리적 심판 기능이 필요해서 만들어진 조직을 정치인들의 거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기업인 종이신문 기업에게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공성을 지나치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가 되었다고 해서 공공재인 전파와 국가 기간망을 통한 융합 미디어에게 '공익'보다 '실용'이라는 허울을 쓴 정치 논리를 들이미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 내정자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산업으로서의 통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 그 분야에는 전문성이 없다. 하지만 지휘자는 스페셜리스트(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은 필요치 않고 일반적 식견이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아무리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방송계나 정보통신업계의 걱정은 기우가 아닐 것만 같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인들이 나눠먹는 자리가 아니라 반드시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구성되어야 할 독립 기구여야 한다.
------------------------------------------------------->
이 글은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에 오늘 날짜로 송고된 칼럼입니다.

TRACKBACK :: http://ringblog.net/trackback/124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학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방통위에 대통령 최측근이 내정된 부분에 대해서 말들이 많죠. 확실히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인사여야 하는데 미디어 장악시도라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청와대도 할 말은 없을 듯 싶습니다.

    2008/03/03 14:07
    • 그만  수정/삭제

      늘 제가 주장하듯이 이분 역시 '자기만의 중립'을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더 두렵죠. 이 사람의 중립이 다수가 생각하는 중립과 동떨어져 있다면 그건 재앙입니다. --;

      2008/03/03 23:34

정통부 폐지론에 대한 단상

Ring Idea 2008/02/04 16:22 Posted by 그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인수위 안에 따르면 정보통신부가 폐지되고 각 부서로 찢어진다는 소식은 들으셨을 겁니다.

정보통신부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이냐도 관심사지만 그동안 정보통신부가 해온 일을 누가 얼마큼 나눠 맡느냐도 관심거리입니다.

제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두 걸출한 블로거의 의견을 먼저 보시죠.

▶ 정통부라는 딜레마 [김국현의 낭만IT]
혹자는 정부는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한국과 같은 경제 환경에서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성장에 필수불가결할 뿐만 아니라, 공생을 위한 환경 형성에도 치명적으로 중요하다. 누군가는 그 일을 대신 해야 한다. 믿기 싫더라도 그것이 개발도상국의 한계다.
▶정통부가 없어지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합니까 [Philos의 잡다한 생각들]
다시 반복하지만 IT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통부 폐지는 물론, 정통부를 정점으로 구성돼 있는 IT산업 생태계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기왕 손댈거면 정부조직만 손대지 말고 정보통신진흥기금도 뜯어고치고 학회든 협회든 무허가 대학교든 다 백지상태에서 다시 만들기 바란다.

정보통신부라는 부처는 IT와 통신이라는 두 가지 아이템을 정점으로 과학기술, 통신산업, 유통 및 물류 산업, 대학, 벤처, 로봇, 인터넷 인프라 등의 정보통신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역할을 자임해온 곳이죠.

정통부의 역할을 나눠본다면, 우정국을 시작으로 우표와 우편 물류, 금융 사업이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편이 기본적으로 통신을 기반으로 하면서 기술과 접목되고 유선에서 다시 무선으로, IPT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통신 인프라가 또 한 축을 이룹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로봇, 기술 벤처, 인터넷 콘텐츠에 이르는 다양한 IT 정보 기술에 대한 산업 육성이 나머지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진대제 장관 시절 IT 839 정책이 정통부의 역할을 총괄하는 그 정점에 서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기술 벤처인들은 과학기술부나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공무원들보다 정보통신부 공무원을 훨씬 더 자주 만났을 겁니다.

많은 벤처인들이 정통부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는 것도 아마 '그동안 돌봐주었던, 그리고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정보통신부나 여성가족부야 말로 '폭소노미'의 전형적인 부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존 분류법인 사회 각 분야별 카테고리가 아닌 특정 키워드로 묶여 있는 가상의 카테고리였던 셈이죠.

정통부의 폐지가 기능의 폐지는 아닐 것으로 믿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IT 산업 육성에 큰 관심을 보여왔던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드디어 산업육성과 국가 R&D 산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게되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겠죠. 또한 방송과 미디어 정책에 있어서 일방적인 산업 논리만을 내세우는 정부 부처에서 규제와 육성의 양날의 검을 함께 쥐게 될 문화관광부와 방통융합위원회 등의 역할에도 기대가 됩니다.

특히 저작권이라거나 정보통신윤리에 관련된 제반 사항이 산업 육성 쪽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규제를 동시에 맡아야 했던 정통부의 짐을 이제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전체로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비켜 갈 수 있게도 되었습니다.

필로스님의 정통부 폐지에 대한 강한 옹호 처럼 정통부가 보여줬던 산업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역할 역시 사라지게 되었으니 오히려 산업의 자율적인 생태계 형성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렇다고 김국현님의 지적 처럼 누군가는 그 공생의 자리에서 기업들의 구체적인 어려움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이 갑니다. 적어도 KT나 SKT 등 거대 산업집단과 작은 인터넷 기업들 사이의 심판 역할은 누군가 해주지 않는다면 약육강식만 존재하는 야생 자본주의로 빠질 위험성도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정통부의 폐지가 순리라고 생각했던 그만으로서는 만일 정통부의 폐지로 인해 업무를 인계 받게 될 부처의 역할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란 곳이 규제기관에서 육성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정통부가 보여주었듯이 다른 정부 부처도 무자비한 규제의 틀을 벗고 좀더 합리적인 IT 산업 육성을 위한 준비를 해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만일 정통부가 존속된다고 해도 정통부의 업무 범위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에 존치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그간 IT 산업을 육성시켰다는 자부심을 간직한 채 타 부처들에게 성공사례를 좀더 나누어주기 위한 준비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나마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가졌던 정통부의 임무를 나눠맡기 위한 부처들도 그동안 왜 정통부가 국민들에게 좀더 가깝게 느껴졌는지를 벤치마크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온건한 정통부 폐지 찬성론자랄까요..^^

TRACKBACK :: http://ringblog.net/trackback/120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필로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것 보다, 그만님이 제 글을 인용해 주시니 후폭풍이 무섭습니다. ㄷㄷㄷ
    저 소심하거든요^^

    2008/02/04 23:34
    • 그만  수정/삭제

      후폭풍이랄 것까지야..ㅋㅋ 이미 한 번 지르셨으면서..^^;

      2008/02/06 13:14
  2. 학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경우는 정통부 존속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산자부가 정통부의 일을 어느정도 할 수 있다고는 보나 전문적이라고 생각은 안하기 때문에.. --;

    2008/02/05 13:21
    • 그만  수정/삭제

      어쩌면 존속이라도 기능의 축소는 불가피해보입니다. 정통부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면 남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다만 정치적인 논리로 찢거나 통으로 존속하는 상황에는 반대합니다.

      2008/02/06 13:15
  3. 오픈검색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는 한곳에 모여있던 것을 분리하고자 하고, 이웃 나라 일본은 몇년전에 헤쳐 놓았던 것을 지금에 와서 다시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고 과연 정답은 무엇일지 혼란스럽군요. 버킹검인가요^^;;

    저야 정통부를 존속하던 해체를 하든 크게 상관이 없는 사람입니다만, 그속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하는 인간들은 배제한 정말 국익을 위한 정책 결정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8/02/05 15:43
    • 그만  수정/삭제

      일본도 내각에서 정보통신 관련 사업에 대한 이권 다툼이 만만치 않다고 하더군요. 이래저래 복잡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정치인들이 그냥 막무가내로 밀어부칠 내용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는 선택이 아니길 바랍니다.

      2008/02/06 13:18
  4. 아도니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차피 부서야 말바꾸기 놀이일뿐 거기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흡수되거나 하겠죠. 오히려 정통부의 통신사 봐주기논란도 없어지고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산자부도 만만치 않아서... 정통부얘기만 나오면 화가 나네요.(항상 통신사와 연계되서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도대체 주파수(자연의 일부)가지고 장사하는 것들이 이득을 그렇게 뽑아낼려고 하는 심보가 이해가 안됩니다. 초기야 투자비회수때문에 그렇다 쳐도. 휴우~

    ps 前진대제장관은 지금 스카이레이크 ~ 이쪽에 있지 않나요?

    2008/02/09 16:26
    • 그만  수정/삭제

      사람들이 갑자기 증발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들이 다른 부서로 가서 비슷한 일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흠.. 뭉치고 흩어지고... 뭐가 효율적인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2008/02/13 15:00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비스타를 내놓으면서 보안이 강화됐음을 자랑으로 내세웠을 때 유독 한국에서만 윈도우 비스타의 보안 강화 기능이 호환성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이 문제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업계에 있어서는 발등에 떨어질 불이었다. 부랴부랴 이들 금융 기관들은 호환성 문제를 몇 달 안에 고쳐 놓을테니 운영체제의 보안 수준을 낮추라는 권고아닌 권고를 하는 곳이 생겨났다. 심지어 정보통신부가 호환성 테스트에 나서기까지 했다.

보통 운영체제가 버전이 올라가면서 생길 수 있는 호환성 문제는 이전에 사용하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문제였지 IT 외의 업계나 정부까지 나서야 할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보안 문제에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 기관은 물론 금융기관까지 우왕좌왕하는 우스운 상황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IE 전용의 나라, 한국
문제는 액티브엑스(ActiveX)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E)였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물론 금융기관의 사이트를 비롯해 수많은 사이트에 들어가면 당장 액티브엑스부터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사용자는 엉겁결에 '동의'를 해버린다. 나중에 되어서는 이 액티브엑스가 어떤 프로그램인지조차 잊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놓았다고 자랑하는 전자정부 사이트도 로그인할 때 IE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다행히 윈도우 외 리눅스, 맥OS 사용자에 대한 지원이 2008년 초로 예정돼 있다고 하니 그동안 리눅스, 맥OS, 또는 윈도우 사용자라도 파이어폭스, 오페라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채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특정 운영체제, 특정 브라우저, 특정 소프트웨어를 정부가 나서서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20일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은행의 전자금융가입자 수는 6월말 기준 7100만명, 자금이체건수와 자금이체규모는 각각 11억3500만건, 240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황으로 온라인 증권거래액 규모도 1348조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모든 거래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인 윈도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수치라는 점이다. 물론 이들은 은행과 공공기관이 시키는대로 액티브엑스를 수차례 설치해야 했다. 공인인증서가 이 플랫폼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충족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문제라고 지적하면 기업이나 공공기관들도 효율성이 높은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사용률이 높은 IE 전용 프로그램부터 만들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은 보편타당한 국가 인프라의 영역에 진입해 있으며 이와 관련된 법규가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외면한 반론이다.

지난 1월 웹표준화 단체인 오픈웹(OpenWeb)은 비(非)MS 운영체제와 웹 브라우저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공인인증기관인 금융결제원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이 제기되자 법원은 양측의 현실적인 합의를 위한 조정을 시도했지만 결국 지난 10월 12일 양측의 조정이 무산으로 돌아섰고 오픈웹은 즉각 정식 소송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픈웹은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와 맥 OS에 대해서만이라도 공인인증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 수위를 낮췄으나 금융결제원 측은 결국 유사한 소송이 남발될 것을 우려해 끝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웹 김기창 교수는 금결원이 현행법 기준으로도 불법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것인데 이를 묵살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전자서명법 제 7조 "공인인증기관은 정당한 사유없이 인증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공인인증기관은 가입자 또는 인증역무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종속 인증체계, 웹 다양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
금결원은 이미 리눅스, 맥OS용 공인인증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놓고도 배포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오픈웹 진영에서 자바 애플릿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거부했다. 기술적 다양성에 대해 완벽하게 무시로 일관해오고 있는 셈이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소수를 배려하지 않는 금결원과 정부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다수 독재 의식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문제만 있으면 다수결에 의한 민주 사회의 원리에 집착하다보니 다수가 반드시 모든 것에 옳을 것이라는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또는 효율성 우선의 법칙에 사로잡혀 단기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착해 온 고도 성장이 가져다 준 배려 없는 성장 우선 주의로 인한 여유롭지 않은 의식도 한몫하고 있다. 1등과 다수만 우대 받는 쏠림 현상의 또 다른 결과이기도 하다.

리눅스나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사람은 물론 파이어폭스, 오페라 등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되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자발적 소수자'라고 부른다. 굳이 불편한 운영체제와 브라우저를 사용하면서 공연히 불만을 제기해 다수의 사용성에 제약을 가한다는 역차별론도 있다. 업계에서는 모든 플랫폼을 동시에 지원할만한 여력도 없고 그렇다고 자발적 소수자가 큰 고객도 아닌데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반대 측 의견이다.

이런 의견은 표준을 무시하고 업계가 최소한으로 합의된 사안 조차 자기의 편의 위주로만 해석하겠다는 이기심이 엿보인다. 또한 자발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가 인터넷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간과한 편협한 의견이다. 정작 이들의 다양한 요구에 의해 경쟁 기술은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보안을 위해 기술적으로도 액티브엑스와 IE를 사용해야 한다는 옹호론은 어이없게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적인 입장을 보면 힘을 잃게 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ctive X 관련 사항'이란 문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기술 개발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로, 스파이웨어나 바이러스 등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의 PC를 파괴할 위험성을 지닌 프로그램이 이 ActiveX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ActiveX를 보안과 같이 시스템 레벨에서 사용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128bit SSL을 비롯한 표준화된 인증 체제, 그리고 암호 발생기 등 다양한 보안 솔루션을 국가적 차원에서 열린 자세로 수용하여, 다양한 플랫폼에서 기 구현되고 검증된 인프라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2월 MS 의존도를 줄이고 웹 표준 기반의 시스템 구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비스는 세계 최고일지 모르나 우리나라 전자정부 웹 접근성 준수율은 세계 평균인 23%보다 훨씬 낮은 15%에 머물고 있는 현상을 무시하고 있다가 윈도우 비스타 출시로 깨달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후 현재까지 웹 2.0을 외치면서도 참여과 공유, 개방에 대한 구호만 있을 뿐 현실적으로는 기술과 서비스 모두 특정 사이트와 특정 플랫폼에 종속돼 있고 경쟁이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이 안타깝다.

지난 10월 18일 국민 세금 11억 6천만원이 투자된 정보통신부의 '온라인 SW 시범사업' 역시 액티브엑스를 설치해야만 하는 사이트로 만들어져 있다. 인증체계에 대한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성 때문에 이렇듯 안일한 대응방식이 보란듯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선 기업들은 물론 공공기관의 인터넷 서비스부터 플랫폼 독립성을 갖춘 인증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이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웹 표준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조만간 나오게 될 윈도우 비스타의 서비스팩의 출현에 맞춰 또 한번 겪어야 할 '전 국가적인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말이다.
------------------------------------------------------->
이 글은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에 오늘 날짜로 송고된 칼럼입니다.

TRACKBACK :: http://ringblog.net/trackback/1109

  1. FF도 지원해야 하는 이유 - 플랫폼은 "웹 자체"이기 때문

    Tracked from Memories Reloaded  삭제

    최근에 한 블로거분께서 네오위즈 대문페이지가 파이어폭스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비판한 내 영문 블로그의 글 (이 글의 연속에서 씌여진 글) 을 질타하는 글을 써 주셨다. 한 명의 블로거로써 건설적인 비판은 무척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되는 문제에 대해서 제기해 주셨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IE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사이트들이 많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국 개별 사이..

    2007/11/01 08:39
  2. 아직도 정신 못차린 정통부. MS랑 사귀니? 심각한 ActiveX 중독

    Tracked from gildong's Web doodles  삭제

    링블로그의 그만 님의 글을 읽고 생각난 김에 쓴다.우리나라의 MS 의존률은 다른나라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한국MS가 영업을 잘해서 그런가? 로비를 잘해서 그런가?)이렇다보니 인터넷 = IE 라는 공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컴퓨터부터 접하기 보다 인터넷부터 접하기 시작하는 어린이나 중장년층 분들은 그 개념을 깨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이미 위의 그만 님의 글에게 웬만한 하고픈 말은 다 했으므로 나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겠...

    2007/11/01 20:2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산골소년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개발자고 어느 은행의 금융프로젝트에 파견나갔는데요~
    하는일이 과거 거래 화면들을 액티브엑스로 만든 그리드
    로 변경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 하면서 세계 웹 흐름과 동떨어진 금융계의 현실을
    다시 실감했고요~ 앞으로도 금융계의 액티브 엑스 사용은
    몇년간 계속될것 같습니다.

    2007/10/23 20:52
    • 그만  수정/삭제

      민간 부문의 시스템 변경이 어찌됐든 공공부문부터 변화하기 시작해야 협업하는 차원에서라도 변화가 일어날텐데요.. 지금은 처음부터 꼬인 것이라.. 변화가 더 힘든 상황으로 발전된 거 같습니다.

      2007/10/24 14:02
  2. anonymous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ActiveX' 라는 마케팅 용어가 '플러그인'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묻어버리는 현상이 좀 재미있네요.

    ActiveX에 끌려간다고 하는 것보다 사실 브라우저를 보조해야 할 플러그인이 브라우저 환경을 끌고 다닌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플래시와 실버라이트 등은 플러그인이면서도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가상 환경을 구성하고요. 이들은 다른 플랫폼으로 포팅이 되면서 욕을 덜 먹고 있습니다만.. (안먹는건 아니에요. 플래시 싫어하는 사람 많잖습니까)

    다만 플래시가 아무리 또하나의 플랫폼이라고 해도 각 브라우저 플러그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쪽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 셈이지요. 특히 화려한 것에 목숨걸고 엔터테인먼트 위주로만 발전한 대한민국 웹사이트에서는. (판에 박은듯한 동영상 서비스들도 플래시 기반이지요?)

    나아가야 할 길이 과연 무엇일까요. 어찌보면 과도하고, 어떤 면에서는 불필요하다고 (ex: HTTPS 대신 Seed를 이용한 페이지 암호화 전송) 볼 수 있는 독자적 보안체계 대신 표준 보안체계를 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보안 프로그램을 타 플랫폼과 타 브라우저 플러그인으로 이식해서 계속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아예 보안 플랫폼의 규격을 오픈하여 그 규격을 준수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해야 할까요? :)

    적어도 지금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사용자 편의성 증진과 기술 자체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2007/10/24 02:28
    • 그만  수정/삭제

      암호화 부분까지 지적해주셨네요. 중간에 골치아픈 문제가 있긴 했죠.. 128bit 암호화에 대해 미국외 수출을 금지하던 시절 Seed를 독자적으로 가져갈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논리도 있으니까요. 어찌됐든 공공 부문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할테니까요..

      2007/10/24 14:04
  3. 학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금융권 입장에서는 어렵게 구축해놓은 환경을 다시 재구축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및 시간이 왠지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의견을 내놓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귀찮다는거지요. -.-;

    2007/10/24 10:51
    • anonymous  수정/삭제

      귀찮은게 아니라 '비용'과 '시간', 그리고 이미 구축된 플랫폼에서만큼 사고가 안터진다는 보증이 있는가겠지요.

      그 쪽이 정말로 '앞으로도 계속' 돈이 덜 들고, 지금만큼 문제가 안터진다는 자신이 있으면 옮길 겁니다. 돈냄새에 무섭게 민감한 쪽이 은행인데요 :] 물론 엄청나게 보수적이기도 합니다만.

      지금 법(인지 금감원 지시사항인지)을 지키려면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형태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2007/10/24 19:55
    • 그만  수정/삭제

      사기업 입장에서는 공기업이나 국가에서 정해준 가이드라인에 가장 효율적인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야 할 것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대응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터넷 사기업들조차 비용과 관리에 대한 부담을 안고서라도 표준으로 가려는 상황에서 국가가 제대로 된 지도감독도 되지도 않고 비차별적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봅니다..

      2007/10/24 23:35
  4. Magicboy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국민카드가 사이트 리뉴얼을 하면서... Flex를 상당부분 사용한 것 같더군요..
    추후 ActivX를 걷어내게 될 때를 대비한 게 아닐까..하고 혼자 추측만 해봅니다..

    (그나저나.. Flex 로 내역을 다 표시해버리는 통에..--;; 표를 긁어서 엑셀에 붙일 수가 없더군요..ㅜㅜ... 다 엑셀에 집어넣어서 가계부를 썼었는데... )

    2007/10/25 13:40
    • 그만  수정/삭제

      일부 금융권의 움직임이 가시적이긴 합니다. 일단 금융권에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은 마인드셋의 문제이지 방법이 없어서는 아닐 거 같습니다. 실제로 몇군데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농협 등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을 보인 바 있구요. 엑셀 내보내기 기능은 아마 요구하면 금방 만들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2007/10/26 23:59
  5. 우성군  수정/삭제  댓글쓰기

    IE천국 우리나라는 이미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느낌입니다.

    제대로 옷을 입으려면 모든 단추를 다 풀어야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거죠.

    넷츠케이프 유저로서 조금 씁쓸합니다.

    2007/10/26 15:22
    • 그만  수정/삭제

      인프라는 처음부터 잘 갖춰야 하죠. 나중에 교체와 관리 비용이 더 들 수 있으니까 말이죠. 비유하신 내용이 적절한 거 같습니다.

      2007/10/27 00:08
  6. 안티사기업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기업빠들 액티브엑스 두둔하네 ㅉㅉㅉㅉㅉㅉㅉㅉ

    2007/10/26 21:38

BLOG main image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세상 모든 블로그가 즐겁게 하나로 엮이는 세상을 위해.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V0.9
by 그만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85)
News Ring (564)
Column Ring (156)
Ring Idea (564)
Ring Blog Net (0)
Scrap BOX(blinded) (0)

달력

«   200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4475183
  • 586790345
textcubeget rss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그만'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그만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