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28일 오후 2시부터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재송신 송출을 중단했습니다.

케이블TV 비상대책위원회는 SBS·MBC·KBS2 등 3개 채널에 디지털 신호(8VSB)의 송출을 멈췄고 “SBS·MBC·KBS2의 재송신 중단 요구와 법원 판결에 따라 HD 방송 신호 공급을 중단합니다”, 또는 기존에 방송되던 채널로 가면 "방송사의 요청으로 전송이 중단되고 있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아래 문의전화를 각 방송국 대표번호를 노출해 고객의 항의를 공중파 방송사에게 돌리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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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추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SD급 화질의 송출도 중단하겠다고 했네요.
11월 29일 종합유선방송(SO) 사장단은 긴급 간담회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구두 합의 사항을 번복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HD급 채널에 이어 아날로그와 SD채널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현재까지의 팩트입니다.

이른바 현상, 또는 사건의 진행이라고 봐야겠죠.

여기서 현상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케이블 TV가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을 중단할 것이냐 말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꽤 오래된 논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TV는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입니다. 이 둘은 서로 보완재일 수도 있고 어쩌면 상호 경쟁자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케이블 TV는 새로운 콘텐츠 공급원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의 전파 미수신 지역에 대한 재전송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어찌보면 공중파라는 공공재원을 무상으로(일부 방송발전기금을 내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 산업규모로 봤을 때는 미미합니다) 빌려 쓰고 있는 방송 사업자들로서는 의무 방기라고 할 수 있겠죠.

늘 수신료 논쟁이 있을 때마다 왜 공중파 방송은 제대로 전파가 닿지도 않고 공중파 방송에 의존할 수 없는 가구에게까지 수신료를 받느냐는 공격을 받는 이유가 바로 난시청 지역에 대한 미흡한 대책이었습니다.

이때 케이블 TV는 꽤 괜찮은 협업 모델이었습니다. 케이블 TV 입장에서도 특별히 공중파 방송보다 품질이 좋은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확보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케이블 TV 가입자들에게 공중파 방송을 깨끗하게 볼 수 있고 그리고 그 다음으로 다양한 채널을 즐길 수 있다는 식의 홍보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케이블 TV 가입자수가 1500만 명이 넘어서고 케이블 TV 망 안에서만 보여지는 프로그램 공급자, PP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케이블 TV와 공중파 방송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케이블 TV를 송출하는 SO들이 덩치가 커지면서 MSO로 발전하고 이들은 각 지역마다 채널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채널을 주기적으로 바꾸면서 시청자들이 좀더 많은 채널을 무의식중에 열람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합니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들이 한바탕 항의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죠. 거꾸로 케이블 TV는 위성 TV의 지상파 재전송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벌써 2004년도 일이었는데요. 이때 흥미로운 관점도 등장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2004년 7월 20일 성명을 발표해 "위성방송에지상파 재전송을 허용하면 지역 지상파방송을 중단하고 중앙 지상파방송만 내보내겠다고 경고하는 것은 시청자를 볼모로 한 떼쓰기"라면서 "1천100여만명의 가입자를확보해 방송계의 실력자로 성장한 케이블TV는 시청자 권익과 공공성 유지를 위해 집단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케이블 TV는 방송계의 실력자가 되어 있었다는 점과 지역 방송국이 지역 케이블 TV에 의해 송출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지역적인 한계를 없애버렸다는 위성 TV로 중앙에 있는 방송 채널들이 전국으로 전송된다면 지역 방송국 역시 위기일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일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 전 방송국에서 제기한 콘텐츠 재전송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고 법원은 또 신규 가입자를 기준으로 방송국에 콘텐츠 사용 대가를 내라는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여기서 생각해볼 논점은 다양하지만 다음 내용을 좀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방송은 언제까지 '지역 한정 사업'이어야 하는가. 유선망, 또는 유무선을 통한 인터넷망을 통한 동영상은 '방송'인가 '협송'인가. 어디까지를 방송으로 봐야 할 것인가. 지난 번 글에서 제기했듯 과연 유튜브는 '방송'이라고 볼 수 있는가.

2. 국가가 공공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전파 사용권한을 판매도 하고 무상 불하하기도 하는 상황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이동통신사에게는 조 단위의 금액을 요구하면서 방송사들에게는 무상으로 전파를 부여할 것인가. 심지어 디지털 방송으로 남게 되는 주파수까지 방송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가 아닌가?

3. 작년 글에서 문제로 제기했던 것 처럼 "IPTV에서조차 지상파 재전송에 목 매달고, 케이블TV도 지상파 재전송에 목 매단다. 지상파DMB, 위성DMB, 위성TV 모두 지상파 3사의 콘텐츠에 목을 맨다. 정말 지상파 없이는 살아 남을 수 없겠니?...패배의식이다. 지상파를 보려는 수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면서 일단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특장점? 또는 독창성? 남의 집 이야기일 뿐이다. 그냥 '남들도 보는' 그것을 보여주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패배의식이 저간에 깔려 있다."는 시장 전반의 묘한 '메이저'와 '마이너', 또는 '오리지널'과 '카피캣'과 같은 정서의 문제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4. 공중파 방송은 과연 "공중파 방송 플랫폼과 공중파 방송 콘텐츠는 다른가?"하는 점이다. 이는 현재 공중파 채널을 방송통신위원회, 즉 국가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 연장이 되지 않았을 때 현재 공중파 채널들은 콘텐츠 제작사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

5. 이전에는 '전파 월경'이란 말을 썼는데 과연 해외 콘텐츠가 인터넷을 타고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모든 가구에서 실시간으로 접근 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이를 방송의 기준으로 규제할 수 있는가.

6.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채널 등은 과연 공공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규제 당국이 '허가'를 해주어야 하는 사업인가. 과연 사전에 내용과 형식을 규제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낚시 채널에서 낚시를 싫어하는 정치인을 뉴스로 내보내는 것을 '뉴스'라 부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채널의 성격을 미리 규정짓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중파 방송에 크게 의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자주 보지 않는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은 그다지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사회의 가장 강력한 선전선동 도구로서의 '방송'이라는 미디어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고 봅니다. 과연 '방송'이 '협송'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날은 언제가 될까요? 어쩌면 이미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요?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말한 페이스북 한마디는 '협송'이지만 이것을 끄집어내서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송' 행위는 여전히 '매스미디어'의 역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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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9 10:01 2011/11/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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