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차단조치 합리적 개선 시급

Column Ring 2013/12/21 19:52 Posted by 그만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유승희 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인터넷 게시물 임시조치제도와 관련한 공청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인터넷에만 적용되는 차별적 제대 수단인 임시조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복원권 보장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의 주장은 현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 제4항에서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포털 등 사업자가 임의로 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정리하자면 사이버 명예훼손을 막고 그 전파력에 대한 마땅한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이 법의 입법 취지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형세다.

지난 해 “아쉽게도” 이 법은 합헌 결정이 난 사안이다. 일단 퍼지고 나면 회복 불가능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반대로 특정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다수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이 법 안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현재로서는 이 법이 위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이 법의 모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경필 국회의원이 작년 이맘때쯤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이후 방통위가 후속대책으로 사업자의 자율규제 활성화와 임시조치 강화 등을 제시했는데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 없이 임시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듯이 여전히 이 법은 다분히 위험한 요소를 담고 있다.

먼저 임시조치 요구를 받아서 즉각 차단에 응하고, 또는 30일 차단 기간 동안 복원요청이 들어와도 분쟁이 예상되면 차단을 유지하여 이후 대부분 삭제하게 되는 지금 구조에서 사업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담고 있어서 사업자의 과도한 개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또한 포괄적으로 게시물 전체를 차단하여 삭제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논의가 집중되는 바람에 비의도적으로 글의 일부나 사진의 일부가 문제가 있음에도 게시글 전체가 인터넷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일부 문제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수정요청이나 자발적 삭제 요청의 기간이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또한, 언론사들에게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공공성의 규칙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나 정부기관, 공공기관에 대한 비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든 종교 논쟁,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견재에 대해서는 폭넓게 허용하고 임시조치 요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요청이 일반 시민이 아닌 기업과 정치인, 연예인, 종교집단이 이 제도를 악용, 남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시조치 차단 요청 자체가 임의적이면 안 된다.

공공연히 인터넷에서 제시되는 문제제기를 갑론을박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나 사실 확인을 위한 구체적이고 세세한 반론을 확인해볼 기회도 없이 지나친 긍정만 넘쳐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요즘 임시차단조치를 “애용(?)”하는 곳은 연예인 소속사와 소위 맛집이라 불리는 음식점들이다. 연예인에 대한 불편한 소식이나 사진을 수시로 모니터링해서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맛집들은 업소를 직접 방문해서 개인적인 불평을 블로그 등에 올려놓았다고 해서 이 게시물들을 지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맛집 품평이 점점 믿기 힘든 상황이 되어가는 것은 이런 이유도 일조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귀를 닫는 조치를 한다고 세상 사람들이 아름다운 어휘를 사용하고 아무것도 비난하지 않는 사회가 될까. 그렇게 거룩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만 넘쳐나는 세상이 과연 솔직한 세상일까.

무엇보다 인터넷 실명제와 마찬가지로 이 법 자체가 갖고 있는 역차별 모순점 때문에라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지사를 철수한 야후가 인수한 텀블러라든가 구글의 블로거 등의 서비스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내용규제를 하지 않고 있어서 사업자에게 글 한건 한건을 차단하거나 삭제해달라는 요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내 포털만 남의 글을 지울까 말까를 고민하게 만든 셈이다.

우리는 어느덧 싸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다. 전반적으로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고 콘텐츠 전파의 속도도 빨라지고 자발적인 소셜 검증 체계도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통제와 규제 위주의 인터넷 정책에서 자발적인 책임감 고취와 기존 법체계에 대한 현명한 준용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규제가 앞장서면 유연한 대처가 더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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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ㅠㅠ 너무 늦게 올렸죠... 죄송. 몇 개 더 올려 놓고 이제 간간히 링블로그를 되살려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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