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로 모든 이들의 시선이 현장으로 쏠렸다. 그 시선을 대신해주는 존재는 당연히 언론사들이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제대로 된 내용을 보도하지 못했고 결국 기자+쓰레기라는 ‘기레기’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 큰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작지만 의미심장한 에피소드가 전해졌다. 침몰 사고 후 사흘째 되는 날 세월호 관련 취재를 하는 기성 언론들의 영상 취재를 강하게 거부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유일하게 ‘아프리카 TV’에게만 취재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왜 실종자 가족들은 ‘아프리카 TV’만 취재를 허용했던 것일까. 실마리는 ‘실시간’에 있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영상은 뷰파인더 안에서의 진실이긴 하지만 최소한 전후 맥락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낮다고 직감한 것이다. 이것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우린 실시간 영상은 의도된 왜곡 요소가 적을 것이라고 유추한다.
실시간 동영상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또한 개인이나 아주 작은 조직에 불과하다. 예전이라면 수 백, 수 천 명이 하나의 실시간 중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실시간 영상을 보내줄 수 있는 서비스에 가입해서 장비(기껏해야 노트북과 비디오 카메라, 아니면 그냥 최신 스마트폰 하나)를 갖추고 당장이라도 무엇이라도 실시간으로 중계도 하고 그 장면을 가감 없이 인터넷으로 공개할 수도 있게 됐다. 바야흐로 민낯 실시간 동영상 전성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최근 구글이 유튜브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인정한 실시간 게임 화면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Twitch)를 약 1조원의 가치로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서비스는 실시간 영상 서비스 트래픽의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야후는 HD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레이브이(RayV)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외신도 연달아 나왔다.
페이스북이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고 할만큼 일반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손쉽게, 있는 그대로 공유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당연히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남, 그리고 주변의 현재 모습을 공유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먹방, 직방, 자방세대(自放世代, Self-cast Generation)일찌기 뉴욕타임즈는 자신의 모든 소소한 일상을 인터넷으로 모두 말하는 세대(Tell-all Generation)이라 명명한 바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적으로 거리낌 없이 올리는 사람들을 미포머(Meformer ; me+Inform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면 사사건건 자신의 족적과 생각을 남기는 ‘인증족’들 역시 비슷한 부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실시간 동영상을 결합한다면 이들을 자방세대(自放世代, Self-cast Generation)라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 싶다.
아마도 사람들은 여전히 다중적이어서 극도로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잊혀질 권리’와 개인정보보호를 외치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 가장 파괴력이 큰 방식이 바로 실시간 방송인 셈이다. ‘시간과 전파의 제약에 의한 소재 제한’ 따윈 없다. 그저 독창적이고 극소수라도 꾸준히 누군가 와서 봐줄 수 있는 영상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질 수 있다. 마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내려다보는 지구 영상을 미항공우주국(NASA)가 실시간으로 보여주듯 말이다.
TV보다 스마트폰 화면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이라 부르는 세대들이 커가면서 전세계 단일한 미디어인 인터넷을 활용하는 폭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지상파에 의존했던 TV산업의 종말은 예측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시사IN> 217호에서 유튜브를 주시하라면서 방송산업의 변화를 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변화의 속도가 빠를지 나도 몰랐다. 하루 종일 이것저것 먹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중계(먹방)하면서 돈 버는 사람이 생겨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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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