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인이여, 자신의 역할을 넓혀라

Ring Idea 2008/01/04 17:13 Posted by 그만
PR쪽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현재의 고민과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얼마 전까지 소수의 힘 있는 매체의 기자들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었던 PR은 최근 들어 폭증하고 있는 매체사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다고 봅니다. 특히 마케팅에서 분화되기 힘든 인하우스(본사소속) 홍보담당자의 경우 특히 온라인 홍보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 고심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여러 가지 컨설팅 업체나 대행사, 또는 에이전시들이 발빠르게 고문역을 자임하면서 기업체들에게 접근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블로그까지 더해져서 온라인 PR 영역이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모처에서 온라인 PR 강의를 해온 제게도 간간히 이러한 고민으로 문의해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현업에 계신 PR 담당자들이 원하시는 답변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1. 온라인 기자들은 어떤 보도자료를 좋아하는가.
2. 온라인 여론이 형성되는 곳에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3. 온라인 트래픽과 관심도는 실제 영향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4. 온라인 뉴스 통로와 활용은 어느 정도인가.
5. 포털과 블로그, 어떻게 메시지를 통제할까.

대부분의 현업 PR의 고민이 어디 한 군데로 집중되는 것이 느껴지십니까?

제가 봤을 때 대부분의 PR 담당자들의 이러한 질문들은 바로 '메시지 통제 가능성', '메시지 확산 효용성'이란 지점으로 모두 모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바로 우리나라(꼭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도 마찬가지) PR인들의 행동패턴을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봅니다.

PR의 영역이 미디어 릴레이션(언론사 관계 개선)에 집중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도자료'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PR 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죠. 즉, 메시지를 통제하기 쉬운 방법으로 광고를 동원하거나 기자들과의 개인적인 접촉, 기자들에 대한 혜택 증대로 초점이 맞춰졌으며 메시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유력지 위주, 통신사 위주, 방송사 위주의 홍보 작업에 주력해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기자들의 메시지 뒤에는 이러한 PR인들의 숨은 노력들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이 많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70%가 넘는 신문의 신뢰도는 거의 10%대로 추락하고 있고 온라인의 정보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입소문에 의한 의사 결정과 브랜드 충성도가 인위적인 메시지 통제가 아닌 소비자로부터의 메시지 발신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방식의 PR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PR 작업의 기본 설정은 '중간에 메시지 발신자가 있다'입니다. 이들이 그동안 언론사들이었고 이들과의 관계 개선과 지속적인 긍정적 관계 유지에 집중을 해온 것이었는데 인터넷에서는 중간의 메시지 발신자가 너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 PR인들의 고충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달리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메시지 발신자의 역할이 굳이 '제 3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왜 직접 자신들의 콘텐츠를 직접 발신하지 못합니까? 왜 자신들이 쌓아온 노하우와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개하지 않습니까. 왜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피드백 메시지를 듣지 않습니까? 왜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자료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습니까? 왜 블로거와 포털은 관리 대상에서 배제시키나요?

어떤 PR인이 그만의 강의가 끝나고 제게 묻습니다.

PR인 : "어느 포털에서 우리에게 안 좋은 기사가 계속 떠 있더라구요.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죠?"

그만 : "그 기사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겁니까? 기자와 언론사가 송고한 기사와 다른 버전입니까?"

PR인 : "아니요. 머 사실은 사실인데. 너무 억측이 심한 기사라서 나중에 언론사에서 기사를 내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언론사에서 기사를 나중에 내렸는데 포털에서는 그대로 있더라구요."

그만 : "그러면 언론사에 부탁을 하든가 포털에 직접 연락해서 빼지 그러셨어요?"

PR인 : "포털은 언론사도 아닌데, PR에서 굳이 포털까지 연락을 해야 하나요?"

그만 : "PR인들은 언론사만 상대하시나요? 결국 메시지 수용자인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과정으로 언론사를 상대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포털이 관리 대상에 배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PR인 : "포털은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잖아요"

그만 : "그러면 언론사는 콘텐츠 생산자인가요? 언론사 기자들은 전달자 아닌가요? 뉴욕타임즈 조차 기사의 70% 이상이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합니다. 진짜 생산자는 여러분 아닌가요?"

PR인 : "...."

PR인 여러분, 기성 언론사들 조차 바뀌고 있으며 블로거들과 협업 취재를 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최근 경향신문이 다음블로거뉴스 기자단과 공동 취재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역할을 너무 한정지어 놓는 것은 아닌지요. 과거 역할을 거부하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 추가되는 역할을 거부하지 말라는 겁니다.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는 시장이 바로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가 나온 뒤 시장이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시장이 변화되는 것을 보고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아직도 기자들에게 술 먹이고, 기자들에게 맘에도 없는 안부 전화 한번 쭉~ 돌리는 것으로 자기 업무를 다 했다고 생각하시는 PR인이 있다면 자신의 역할을 좀더 넓게 설정해볼 것을 권합니다.

제가 가끔 이런 말도 합니다. 시장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사람은 '광고인'이며 그 다음으로 아는 사람이 '홍보인'이며 제일 마지막으로 체감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언론인'입니다.^^

어떤 분야든 역할이 확대되면서 전문화되고 분화되다 다시 통합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지금은 확대되고 전문화되는 단계입니다. 추후 전문화를 기반으로 한 통합과정이 필요하게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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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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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학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의 사고방식을 갖고 홍보를 한다면 좀 암울하겠는데요.
    이제는 그 영역이 많이 넓어진듯 합니다.

    2008/01/04 17:59
    • 그만  수정/삭제

      새로운 변화를 너무 앞서가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죠. 안전한 직장생활과 안정된 성과 측정 방법이 도입돼 있는 기존의 PR 방식이 MR에 집중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스마트한 홍보인들의 도전정신을 기대해봅니다.

      2008/01/05 18:21
  2. 홍삼골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공감가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MR중심의 PR이 아닌,
    PR의 본질적인 의미에 가까운, Open된 Public과의 Relations가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강의에서의 문답법이 마치 소크라테스의 문답법 같네요.ㅋㅋㅋ

    2008/01/04 21:57
    • 그만  수정/삭제

      업무에 집중하고 바쁘게 지내다보면 본질을 도외시한 채 한쪽 면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좀더 열린 마음으로 점진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확대해가는 전략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8/01/05 18:22
  3. 쥬니캡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좋은 포스트입니다. 오랜만에 트랙백 날려요!

    2008/01/05 04:13
    • 그만  수정/삭제

      네, 트랙백은 잘 봤습니다. 다른 글들은 또 제게도 도움이 많이 되네요..^^

      2008/01/05 21:48
  4. 미키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만님, 도움이 많이 되는 포스팅 감사합니다. PR 관련 파드캐스팅을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듣는것이 PR은 미디어관계가 전부가 아닌데 어떤 사람들은 media relations 와 public relations 를 혼동하는 것 같다는 것이죠. 제 포스팅 하는데 링크걸고 가겠습니다.^^

    2008/01/05 11:11
    • 그만  수정/삭제

      미키님, 좋은 블로그 운영하고 계시네요. 요즘 PR인들 블로그가 종종 눈에 띄던데.. 참고할만한 내용이 꽤 많네요. 감사합니다.

      2008/01/05 21:49
  5.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컨텐츠생산자로서 PR인의 역할부분에서 하나의 큰 insight를 얻었습니다. 몇가지 저희 AE들을 통해 실행해 볼만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얻어갑니다. :)

    2008/01/05 23:35
    • 그만  수정/삭제

      아, 감사합니다. PR인들이 보기에 주제넘는 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긴 했는데..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01/08 10:47
  6. 아해소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묻혀사는 PR인들이 많죠. 아직도 조중동 지면에 실리는 것이 최고인 줄 알고 인터넷상에서 유포되는 자신들의 문제점 지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몰라 허둥거리는 사람들도 있고요. ^^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대해 PR인들의 대응이 늦는 것이 아쉽습니다.

    2008/01/06 13:01
    • 그만  수정/삭제

      효용성만으로 따지면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홍보라는 자리가 예전보다 위상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예산부족과 시간부족, 인력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죠. 경영진의 홍보 압박은 현장에서 장난 아니라고 합니다..^^;

      2008/01/08 10:48
  7. 윤신철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치 선배가 저를 염두하고 쓴 충고라는 생각이 들만큼, 가슴에 와닿는글이네요. 요즘 홍보인으로 변신후 저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던터라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조만간 시간되실때 직접 뵙고 이 내용에 대해 좀더 고견을 들려주시길 부탁드려요.

    2008/01/07 11:10
  8. sixpr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포스팅 잘 봤습니다. ae로서 아직 전통적인, 그간 PR이 무었이였는지 잘 모르는 새내기 홍보인입니다. 하지만, 현 커뮤니케이션 통로 /움직임 만큼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답니다. 어쩌면 말씀주신것 처럼.. 인터넷을 비롯한 다층적인 모든 흐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이겠지요. 말 그대로 PR은 MR이 아니니까요.

    2008/03/16 13:19
    • 그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어줍잖게 아는 척 해서 욕 좀 먹을 줄 알았는데..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PR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2008/03/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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