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잉크가 첫선을 보였다고?

Ring Idea 2009/05/08 09:42 Posted by 그만
아침 일찍 출근해서 죽 둘러보고 있는데 황당한 뉴스가 떴네요.

고체잉크 컬러 프린터 첫선[전자신문] (**덧, 오후 6시 현재 제목을 바꿨군요. 비용 대폭 줄인 고체잉크 컬러 프린터 출시)

설마 전자신문에서 이런 기사가 나올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제목만 그런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리드문(서문)이 가관입니다.

토너 카트리지가 아닌 고체 잉크를 사용해 인쇄 비용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기업용 컬러 프린터가 등장했다.
...(중략)...
고체잉크 기술은 프린터 내부의 간소화 바람도 불러올 전망이다. 고체잉크 기기에 필요한 부품은 기존 제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거추장스러운 토너 카트리지를 프린터 내부에 밀어 넣는 대신, 사용자는 간단하게 잉크 스틱을 꽂기만 하면 된다. 재활용을 할 수 없지만 전체 비용은 리필잉크에 비해 훨씬 싼 편이다.

아,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상황을 어찌할까요.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고체잉크를 사용하는 레이저 프린터가 존재했고 상당수 기업에서 이 컬러 레이저 프린터를 사기도 했습니다. 90년대 말, 그러니까 99년 아니면 2000년 즈음(확실하게 찾아보고 이 문구는 수정하겠습니다)에는 텍트로닉스(Tektornix)라는 회사에서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고체잉크 평생 무상 공급을 약속하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죠.(텍트로닉스가 제록스에 인수되어 솔리드잉크, 즉 고체잉크 기술을 제록스가 갖게 된 겁니다.)

하지만 고체잉크가 전반적인 패러다임 교체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기존의 가루 방식의 토너보다 예열하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열에 의한 변화 정도가 심한데다 종이와의 밀착도도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죠. 가장 큰 걸림돌은 정작 고체 잉크 값은 그다지 비싸진 않은데 기기 값도 비싸고 예열 시간이 길고 전기 소모도 상당한데다 고체 잉크 특유의 기화 냄새가 고약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록스의 이번 컬러큐브의 개발은 이런 단점 가운데 컬러프린팅 유지비 부분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그래서 전자신문이 인용 번역한 뉴욕타임즈의 원문 보도를 보면 이같은 내용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New Inks Cut Costs of Office Color Printing [The New York Times]

그러니까 전자신문의 보도는 완전히 오도한 것이죠. 홍보담당자들에게 보도자료 교육을 진행하면서 '진실한 최초, 최고'에 대한 강조를 여러 차례 했지만 외신 번역을 하면서 엉뚱하게 최초를 만들어버리면 곤란하겠죠.

더구나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번역하다보면 '아 제록스 이야기구나' 하면 바로 제록스 홈페이지에 달려가서 그림이라도 건질 것이 있는지, 아니면 뉴욕타임즈 기사가 부정확하거나 수치 오류가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답니다.

제록스 홈페이지에서 'Newsroom'에 들어가 해당 보도자료를 찾아볼까요.

Breakthrough Xerox Multifunction Printer Cuts Cost of Color Pages by up to 62 Percent; Reduces Waste by 90 Percent [Xerox]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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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보도자료 제목(유지비 절감이 헤드라인입니다)만 봐도 전자신문 기사의 제목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겠죠? 그리고 해당 기업의 보도자료를 무시한 탓에 친절하게 첨부돼 있는 멋진 자료사진을 첨부할 기회를 놓친 것이죠.

보도자료만 보고 쓰는 것도 문제지만 보도자료도 안 보고 기사 쓰는 것은 더 문제입니다.

전자신문이 일단 출고한 기사인데요.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 덧, 이 기사가 뉴스캐스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군요. 뉴스캐스트의 제목도 잘못됐네요. 근데 또 사진은 원문 보도자료 것을 가져오긴 했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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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gicboy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계 최초라고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최초가 아닌 사례가 너무 많은 것 같네요..
    ( 전화기, 비행기의 발명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AJAX 등까지.. )

    이번것은.. 실수일가요? 아니면 이슈될만한 주제로 꾸미다가 좀 심하게 각색한걸까요...

    2009/05/08 10:13
    • 그만  수정/삭제

      당연히 실수겠죠. 알고 그랬겠습니까. 설마.. ^^; 그냥 예전에 관련 기자 간담회를 몇 번 다녀오고 솔리드잉크 제품까지 눈으로 직접 봤던 제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을 뿐이죠.

      2009/05/08 23:36
  2. 칫솔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체잉크를 쓰는 제록스 레이저 프린터를 본 게 몇 년 전 일인데 최초라니 좀 황당하군요.
    그나저나 Tektornix는 제록스가 먹지 않았나요? 흠...

    2009/05/08 12:29
    • 그만  수정/삭제

      맞아요. 텍트로닉스 솔리드잉크기술을 가져간 것이 제록스고 그 특허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제록스 페이저이고 그 잉크 기술이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거니까요.

      2009/05/08 23:36
  3. 스머프  수정/삭제  댓글쓰기

    90년대 후반 회사에서 고체잉크프린터 샀다가 개피본적이 있었죠. 색은 아주 좋습니다 너무좋아서 문제죠. 즉 CI등 일러스트 프린트할때는 그때당시 최고였습니다. 선명한 색이였고 너무 반들거리는감이 있었지만 화사해보였지만 문제는 사진..
    즐 고체라 섞이지않아서 망으로 컬러를 해결하는데 이게 시원찮았고, 마치 판박이를 붙인듯한 느낌이라 클라이언트에 오히려 빠꾸맞았다는... 산지얼마안되서 구석에 쳐박혔다는.

    지금껀 어떨지 모르겠네요. 잘마나온다면 잉크젯과 레이저의 장점이 둘다있겠죠.
    흐르지도 않고 관리도 편하고. 가루도 날리지않고

    2009/05/08 17:39
    • 그만  수정/삭제

      개피..까지.. ^^ 스머프님 상당히 오랜만에 와주셨네요. 반갑습니다. ^^ 두 번 째 댓글이시지만 지난 번 IMF 글에 남기신 인상적인 댓글 때문에 인상깊었거든요.

      그런 불만들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오래된 기억이지만 당시에도 솔리드잉크를 먹을 수도 있을 정도로 친환경적이었는데 이상하게 기화 냄새가 상당했다는 불만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이 나네요.

      2009/05/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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