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활동을 줄이며...

Ring Idea 2010/07/01 09:41 Posted by 그만
2005년. 나의 첫 강의가 시작되던 때였다. 떨렸고 두려웠고 목은 타들어갔다. 청중의 시선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것에 대한 비아냥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듣지 않고 허공을 응시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이것은 현실이 아니야, 이런 친구에게 강의를 듣고 있다니..."라며 탄식이라도 하는 것 마냥 멍한 표정이었다.

당시 내가 강의하던 주제는 '온라인 기자가 말하는 온라인 PR'이었다. 필드 온라인 기자로서 온라인 기자들의 특성을 따로 이야기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대상은 홍보담당자들이었고 일부는 전문가였고 일부는 학생이나 신입에 가까운 초년생이었다.

그리고 그 우연찮은 강의 기회 이후 여러 강연과 강의 기회가 찾아왔다.

<미디어 2.0>을 냈을 때는 모든 언론사들이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IT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이 있었던 때였다. 쌀로 밥짓는 이야기였지만 미디어 2.0과 미디어의 미래, 그리고 포털, 언론사들의 전략적 방향, 홍보와 마케팅 담당자들이 이해해야 하는 미디어의 특성과 플랫폼의 발전 상황, 각종 마케팅 사례들로 강의와 강연 주제는 확장되어왔다. 요즘엔 SNS, 트위터, 소셜미디어, 스마트폰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언론사든 부르면 갔고, 청탁하면 어떻게든 응락했다. 물론 가급적이면 내가 잘한다기보다 그런 종류의 짬뽕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준비해야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고 이제는 구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많이 다녔다. 사실 너무 많이 다녔다. --;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설픈 말주변으로 괜한 폐만 끼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 부실한 강연 내용 때문에 오히려 소셜미디어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킨 것은 아닌지도 걱정된다.

난 본디 강연이나 강의가 본업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이 본업이고 밥벌이를 위해 직장에 다니고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제는 8시간짜리 강의를 마치고 나서, 아니 사실은 지난주부터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대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강연과 강의, 그리고 토론 등을 통해 설파하고 다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날 부르는 사람들은 내가 걸어온 오프라인 잡지 기자와 온라인 IT 전문 사이트 편집장, 경제지 온라인 자회사 기자, 포털 팀장, 현직 독특한 블로그 미디어 네트워크 회사의 대표라는 이색 경력을 감안했을 것이다.

이번주에만 들어온 5건의 강연과 강의 요청을 어렵게 사양했다. 아마 앞으로도 예전에 약속해놓은 강의와 강연은 간간히 다니겠지만 새로운 강의와 강연 요청은 대부분 사양해야 할 듯 싶다. 사실 내가 아니어도 더 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셜의 힘', 그리고 '집단지성'과 '블로그 미디어의 특성', '미디어 플랫폼으로의 이해'에 대해 힘주어 강조해왔다. 그것이 100% 진실이고, 내가 모두 맞을 것이란 확신은 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 바라는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일종의 믿음이 있다. 더 나은 세상으로의 발전이란 것을.

그동안 강의를 마무리하는 장표에서 그런 흐름에 대해 강조하고 내 믿음을 설파하려 했다. 이것은 흐름이며 역사는 역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변화는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깜짝 놀랄만큼 크게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봅시다~'라는 말로 마무리하곤 했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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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활동을 줄인다고 말하지만 '어차피 부르는 곳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더 신빙성 높아 보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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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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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rightListen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도사를 자처하는 인물로 소비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훨씬 전부터?
    어쨋든 그만 님 덕분에 많은 분들이 더 넓고 많은 이해를 가질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수고하셨네요.

    2010/07/01 11:50
    • 그만  수정/삭제

      원하든 원치 않든 제가 자칭하는 것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보는 제가 있습니다. 그게 일치하든 일치하지 않든... ^^ 전도사로 자처하진 않았지만 전도사로 말해주면 거부하지 않았죠. 그렇게 소비되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니까...

      2010/07/01 11:50
    • BrightListen  수정/삭제

      댓글 내용이 걱정돼 덧 달고 있었는데 답글이 있었네요.
      소비되고 말 그만 님 진심이 아니라고 여기기에, 디딤돌로서 충분히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

      제 댓글이 괜한 참견으로 비치지 않길 바라고요.

      2010/07/01 11:54
    • 그만  수정/삭제

      별말씀을요. ^^ 세상이 참 심각해 보여도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 가운데 남 앞에 서서 무언가를 주장하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운이겠죠.

      2010/07/01 20:29
  2. 나무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너지보존법칙(?)을 들이대면 강연이 줄어든 만큼 온라인에서의 활동은 더 왕성해 질 것 같습니다. 하나로 엮이는 세상을 향해 열정적으로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2010/07/01 12:34
    • 그만  수정/삭제

      ^^ 자신할 수는 없지만 좀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2010/07/01 14:00
  3. 얼트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가을, 한겨레에서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입니다. 현직 홍보인이었죠...
    '강연활동을 줄이신다'는 글 제목에 서운한 마음부터 들었습니다.^^
    그만큼 제게, 기자님의 강의는 유익했고 간간히 흘리는 객적인 유머는 재밌었습니다.^^
    언젠가 더욱 충전된 모습으로 돌아오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건승하십시오^^~

    2010/07/01 15:30
    • 그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늘 지적 받는 '유머 없는 담백한 강의'가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ㅋㅋ

      2010/07/01 20:30
  4. 가시가 박혀서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위의 분과 같이 한겨레에서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에요, 기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데서 벗어난 다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알려주셨었죠.
    '나는 배후가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는 유머도 기억에 남습니다.
    새로운 책으로 만나기를,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2010/07/01 18:31
    • 그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댓글을 남겨주셔서 행복하네요. ^^ 저에게 큰 응원입니다.

      2010/07/01 20:31
  5. gucci taschen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2010/07/02 12:13
  6. 이태훈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수받을때 다른 길에 나서는 그만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2010/07/02 17:26
  7. mistic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디 보면 누군지 아시겠지요? 저번에 강연 들었을 때 참 놀랬는데... 참 점유하기 힘든 포지션에 있다는 느낌이 팍 들더라구요. 저녁에 이 얘기를 좀 많이 하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저의 타박 분위기로 흘러서 -_-

    다른 것보다 글쓰는 것이 본업이라고 올려놓으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선배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10/07/0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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