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은 무엇일까? 사이트의 수익 모델도 큰 스트레스가 되겠고, 혼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직원의 채용이나 관리에 대한 문제점도 있을 수 있겠고, 방문자 수가 적어 스트레스를 받는 운영자도 있을 것 이다.


그러나, 운영자들에 가장 큰 스트레스는 누가 뭐라해도 악성 이용자들을 통한 폐해가  아닐까 한다. 이 때문에 몇 년 전 인터넷에서는 3대 악플러가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3대 악플러 중 하나였던 “도배마신”이라는 ID의 악플러는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을 돌며 온갖 종류의 악플을 달다가 한 커뮤니티 여성 이용자의 꼬임에 빠져 오프라인 모임에 나타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악플러는 집단으로  몰매를 맞았다고 알려졌고,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또 다른 악플러인 “귀공자” 역시 신촌과 홍대의 PC방을 주무대로, 갖은 만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유명하다. 열댓 개의 커뮤니티, 미디어 사이트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IP를 바꿔가며 입에 담지 못할 악플을 달다가 한 유명 소설가의 사이트에서도 악플을 통해 싸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소설가도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소설가는 스스로 게시판을 폐쇄하고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악플러를 고소해 버렸다. 검사 앞에 서게 된 “귀공자”는 그만 횡설수설 하다가 구속을 당했고 구치소에 들어가서도 다른 재소자들 앞에서 “사이버 전사” 운운 하다가 역시 몰매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공자”도 출소 후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씨벌교황”이라는 악플러는 그야말로 악플러 계의 황제다. 이 사회 암적인 존재는 최근 2~3년 잠적해 있다가 반년 전부터 다시 등장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활약은 예전 같지 않다. 1년 전에는 “싱하형”이라는 네티즌이 악플러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었다. 또 악플러들을 혼내는 “백반형님”의 동영상도 한때 화제거리가 된 적도 있다.


3대 악플러 중 하나였던 “씨벌교황”의 활동은 사실 예나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근에는 워낙 고수 악플러들이 많아져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은 3대 악플러라는 이름으로 악플러를 나누고, 고르기도 힘들다. 아마 300대 악플러처럼 그 수를 늘려야 할 지도 모르겠다.


지난 6년간 필자는 “인터넷의 자정작용”이 있음을 주장해 왔다. 인간이란 본디 선한 것이고, 초고속 인터넷은 1999년부터 불과 2~3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보급되었기 때문에 음란물, 욕설, 비방,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은 온라인상에서의 도덕적 규범을 미처 배우지 못한 어린 네티즌들의 치기어린 장난 정도로 본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이용자 증가 측면을 보면 악플러가 크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체 네티즌에 대한 비율로 따져보면 줄은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사이트도 하루 방문자 20만 명일 때나 80만 명일 때나 악플러의 숫자는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악플러의 숫자는 늘어나지 않았으나 그 악플러들이 더욱 더 악랄(?)해 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악랄해진 악플러들 때문에 예전이라면 악플러로 불렸을 만한 네티즌도 선량한 이미지의 이용자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실례로, 3년 전의 인터넷 사이트들의 게시물이나 리플을 보아도 현재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PC통신에서 쓰이던 “~님”이라는 호칭은 크게 줄어들고, 반대로 반말은 기본 대화체가 되어 있다. 반말 외에 각종 외계어와 욕설을 남발하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필자는 한 심포지엄에 참석하여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었다. 18세기의 매니아 층이라고 불릴만한 실학자들도 지식이나 관심분야를 두고 서로 헐뜯고 싸웠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것이 맞는다면 필자가 주장했던 “인터넷의 자정작용”은 기대하기 힘들게 될 지도 모르겠다.


반면 한국적 네티즌의 특성이 민족성에 기인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창의력, 추진력, 결집력으로 대변할 수 있는 선의의 한국 네티즌들의 특성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민족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서로를 비방하고, 비난하며,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지 인터넷이 비약적으로 보급된 결과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애써 자위했던 것에 대한 후회감도 생긴다. 즉, 우리 네티즌들의 장점은 민족성으로 생각하고, 단점은 교육의 부재 정도로 치부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갖게 한다.


실제로 한국 네티즌들의 악의의 특성마저도 민족성이라고 하면 이를 어떻게 타파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게 된다. 정부와 일부 관계자는 인터넷 실명제와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가상주민번호 등으로 막아보겠다고는 하지만 이는 인터넷의 철학과 그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일뿐더러, 그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시 된다. 19개의 대형 포털, 사이트에 대해서 실명제를 한다면 20위부터 비실명제를 하는 사이트들로 네티즌이 몰릴 것이며, 이 마저도 막는다면 해외에 기반을 둔 한글 사이트로 몰릴 수도 있다.


심화되는 인터넷상의 폐해를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일부의 악플러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네티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행정편의주의적인 대처보다는 효과적으로 악플러를 차단하면서도 네티즌의 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정부와 관계자들이 좀 더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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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의 내용과 주장은 칼럼니스트의 개인 의견이며 IT SpotNews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유식의'IT is Life'


김유식 사장은 인터넷 문화의 태동지이자 집성지인 디씨인사이드의 대표로 재직중이다. IT, 특히 인터넷 트렌드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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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식 대표의 기고문이다.. 실명제 논란, 올해도 이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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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6/01/03 15:20 2006/01/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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