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언론관이 우려스럽다.

한나라당의 보수적 색채는 대선이라는 극적인 이벤트를 위한 극한 대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고수해야 할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수적인 색채가 지나치다. 계몽주의 시대로의 회귀와 함께 경찰국가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바탕인 자본주의 가치를 뛰어넘는 극단적 신자유주의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17, 8세기 유럽의 절대군주제국가에서 횡행하던 계몽주의가 국민 복지 실현과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아래로의 통치 개념으로 변질되면서 국가가 제시하는 모든 것을 국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통제와 규제가 극대화된 경찰국가의 등장을 옹호하게 됐다.

우리나라에게 있어서 중앙집권체제는 오랜 역사를 관통해 온 정치 체제였다. 따라서 유럽의 봉건제나 시민 혁명을 거쳐가면서 발전해 온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상의 확립까지 거쳤던 수많은 경험을 압축 경험하다 보니 봉건영주시대와 근대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사상의 흐름이 혼재되어버렸다.

아직도 국가 최고 지도자를 '나랏님'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 일반 개별 국민들을 '서민'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뭉뚱그려 피지배계급으로 분류하는 위험한 사고가 잔존해 있다.

경찰국가의 특징은 명분이 보통 지배계급에 의한 피지배계급의 복지 향상이며 계층간 뚜렷한 계급의식을 견고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경찰력(공권력)을 동원하게 된다. 또한 피지배계급의 자발적인 충성을 기대하기 전에 지배계급이 제시하는 방향으로의 집중적인 줄서기를 강요한다. 이탈자에게는 무자비한 비난과 사회적 책임을 지우게 만든다. 국가의 운영에 있어서 지배계급의 결정권은 공고하게 굳어지고 이는 피지배계급에게 계몽과 감찰이라는 두가지 얼굴로 제시된다.

한나라당이 원하는 것이 딱히 이런 경찰국가는 아니겠지만(정말로 아니길..--;;) 지금 대선캠프에서 흘러나오는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이런 우려가 실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또한 이러한 지배계급에 의한 통치 합리화를 '법치주의'라는 허울좋은 탈을 씌워 내세우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다.

경찰국가가 자유민주국가와 다른 점은 '집회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경찰국가는 허가되지 않은 집회 결사에 대해 물리력을 동원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의를 왜곡시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자기 합리화 과정을 거쳐 폭압적인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강요한다.

진 간사(진성호 한나라당 뉴미디어분과 간사)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간담회에서 ‘네이버는 댓글을 바꿔 공정성에 문제가 없고, 다음은 댓글 시스템도 그대로이고 블로그가 남아있기 때문에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공중파TV에 대해서도 ‘여전히 적대적인 것 같다.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진 간사는 “포털과 공중파TV가 친여적이라는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다가 한마디한 것”이라고 밝혔다....(중략)....반면, 포털 발언과 관련해 일부 참석자는 진 간사가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여전히 폭탄”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진 간사는 “그렇게 격한 표현은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네이버 공정, 다음은 주시…방송은 적대적” [미디어오늘]

네이버가 자발적 복종을 했는지 아니면 정말 압력에 굴종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나라당의 시각은 분명히 전달되기는 했을 것이다. 언론도 아닌 것들이 까불지 말라는..

이러한 권위주의 시대식 사고는 18일 또 화제를 일으켰다.

지난 2003년 말쯤 일간지 여기자를 성추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는 정두언 의원이 국감을 위해 마련한 보도자료에 드러난 그의 인터넷에 대한 무지와 블로그에 대한 경계감 때문이다.

more..


왜 그들이 선거법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역시 지난 2002년 대선과 2003년 탄핵의 추억에 잠겨있기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선관위를 자당을 위한 충실한 경찰견으로 훈육시키기 위해 이러한 공세를 이어나갈 것이고 이는 법치주의라는 미명 아래 손쉽게 언로를 차단하게 할 것이다. 또한 공정성 시비를 일으켜 포털과 인터넷 사이트에게 "언론도 아닌 것이 언론 역할은 하고 있으니 통제에 따르라"는 압박을 거세게 이어나갈 것이다.

정두언 의원이 "네이버라는 포탈싸이트에서는 선거기간 중 선거와 관련한 댓글 달기를 봉쇄해 놓아 사전에 위법이 발생하지 않게 유도하고 있음."이라고 밝힌 것은, 진성호 간사의 "네이버는 댓글을 바꿔 공정성에 문제가 없고.."라는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견해다.

수많은 언론인으로 구성돼 있는 이명박 후보의 대선 특보(매머드급?)단들 역시 이런 생각이라면, 만일 그의 집권 이후 인터넷 언론이나 포털, 블로그의 운명은 가늠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메타블로그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왜 이런 블로그 글을 자꾸 앞쪽으로 배치하냐"고 묻는 한나라당 대선 캠프 관계자의 어리석음은 정 의원의 문제제기인 "메타 블로그를 통해 외국 사이트에 개설한 블로그를 활용한 신종 사이버선거법위반 성행"한다는 무지의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일 것이다.

한나라당과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후보 진영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꽤 많다. 사전 질문지를 주지 않는 인터넷 언론사를 홀대한다거나 BBK 의혹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면박을 주거나 자당 기자실에서조차 언론사들을 등급 매겨 놓는 모습을 볼 때면 언론에 대한 각별한 '계급 따라 언론 취급해주는' 센스가 일품이다.

한나라당의 언론관은 아마도 집권에 실패했던 그 이전으로의 회귀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 덧: 아, 실제로 정두언 의원 정말 이렇게 무식한 질의를 감행했군요.. 대단한 국회의원입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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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9 01:19 2007/10/1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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