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지자. 괜히 이러쿵 저러쿵 상황을 돌려 말할 필요 없다. 위성DMB는 실패한 사업이다. 사업이란 것이 실수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다만 좀더 일찍 사업 실패를 선언했더라면 직원들도 마음 고생 덜 했을 것이고 주주들도 덜 속상했을 것이다. 최소한 위성DMB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를 가졌던 소비자들 역시 덜 실망했을 것이다.


무려 지난 1분기 기준 부채가 2천308억원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게는 1억원은 커녕 2, 3천만원도 아까와서 담보 내놔라 연대 보증 서라 말이 많은 은행이 이만큼의 빚을 내주었다는 말이다.

무엇때문에? 사업성이 좋아 보여서? 아니면 든든한 SKT가 있으니까?

아니다. 아마추어처럼 굴지 말자. 위성 DMB 사업은 지상파 DMB 사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정통부의 마지막 작품이다. 물론 IPTV 역시 그 유물로 남아 고전중이다.

처음부터 DMB 사업은 정통부에 의한, 정통부를 위한, 정통부의 사업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로 합쳐지기 전부터 통신업자들에게 새로운 방송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작전이었고 사업이었다. (장비 내수 업체는 물론 해외 표준까지 인정받으면 순식간에 장비 수출업체에게도 엄청나게 좋은 일감이기도 했다)더구나 이동형 TV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던 때이기도 했다.

하지만, DMB가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되었느냐를 따져보면, 방송사의 SD급, HD급 화질에 대한 논란의 여파였다는 점이 드러난다. 방송사는 채널을 확대하고 SD급으로 송출 화질을 낮춰 새로운 수익을 기대했으며 이동형 TV 송출 역시 함께 고려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최대 시장인 북미 표준에 맞춰 화질을 HD급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디지털 화질을 모바일로 송출하기 위한 별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그 기술이 바로 DMB였던 셈이다. [참고]

일단 예전 이야기는 좀 제쳐두고 왜 위성 DMB는 이토록 어려운 지경에 빠졌는지 이유를 들어보자. 아마도 이 글을 읽기 전에 IPTV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함께 읽어주기 바란다.


예전에 위성TV와 케이블TV를 동시에 시작한 바 있었던 정부로서는 위성DMB와 지상파DMB의 동시 다발적인 사업군 형성을 통해 시장의 조기 안착을 바랬고 실제로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서비스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DMB와 IPTV를 통신과 산업의 입장으로 추진했던 정통부는 해체됐고 애초에 이 정부 들어서 IT 산업과 방송 및 통신의 융합은 주목을 받기 힘든 구조로 바뀌어만 갔다. 이미 이 때부터 눈칫밥 먹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위성 DMB는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서비스를 위한 전용 단말기 시장이 아예 제로(0)에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위성 DMB를 보려면 단말기가 보급되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위성DMB 단말기는 결국 휴대폰과 결합된 종류여야 했다. 당연히 단말기 교체 주기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 소비 패턴 상 유료 서비스를 그대로 연장해서 장기적으로 사용해줄 사용자도 별로 없었다.

더구나 특별한 콘텐츠, 유료로 봐야만 하는 특별한 화질의 특별한 내용의 콘텐츠는 애초에 기대부터 할 수 없었다. 또한 광고를 수용하기에는 너무 짧고 분산된 단말기 시청 시간을 감안하면 수익성 있는 모델을 구상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지상파DMB 가 이미 공중파 TV의 확고한 서브 채널로 존재하는 마당에 위성DMB가 공중파 TV 재전송을 기대한다는 것도 무리수였고 공중파 TV를 끌어와 유료 채널로 재방을 해준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었다.

자, 결론 맺자. 그냥 위성DMB는 '돈질'이었다. 그런 돈질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가 있었다. 정부가 뒷돈도 대주고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까지 약속했지만 그 담당 부처는 공중분해 되었다. 위성DMB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상품이었는데 뒤를 받쳐줄 응원군도 없는 상태다. 경쟁자인 무료 지상파DMB가 이미 절대적인 가시청권을 확보한 상태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어쩌겠는가. 그냥 접어야지. 그나마 돈 많은 모회사를 두었고, 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갚아줄 것이란 한가닥 희망으로 엄청난 대출을 남발해왔으니 이거나 좀 정리해야 할 듯 싶다. 황금알을 낳아줄 것이란 기대는 SKT와 TU의 보도자료와 그 보도자료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기자들의 가슴속에나 존재하고 있었던 희망이었을 뿐이다.

* 지상파 DMB에 대해서는 따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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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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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지상파 DMB에 대한 고견도 기대하겠습니다. ^ㅇ^

    2010/06/24 13:26
    • 그만  수정/삭제

      ^^네, 일단 상황 자체가 다르긴 합니다. 지상파 DMB는 말이죠.

      2010/06/24 23:29
  2. z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찌보면 위성DMB는 시작부터가 에러였죠.
    정말 이동하면서 돈주고 TV(?)를 보려고 할까?
    더 나아가 비싼 전용 단말기를 구매할까?

    이런 면에서 지상파 DMB는
    전용 단말기 문제는 있지만, 따로 돈내야하는 것이 없어서 아직은 그래도 할만한 거죠.
    그리고 단말기는 이제 비교적 많이 깔렸죠?
    어떤 부분에서는 외국산 단말기는 안되는데 군산 단말기는 되는 차별된 기능(?)이 있는 것으로 광고되는 부분도 있지요. ^^;

    2010/06/24 13:58
    • 그만  수정/삭제

      저는 이 사업을 왜 이렇게 밀어붙이는지 궁금했답니다. 사실은 그 내막에는 자동 교환기 팔아먹거나 와이브로 장비 수출을 하려면 우리나라 내부의 레퍼런스가 필요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죠. 실제로 장비 업체들 대부분이 상호 출자 형태로 대기업이 잡고 있으니까요.

      2010/06/24 23:30
  3. 디지털지상파를 이동수신케하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채널고수익을 추구하는 방송사와
    고화질 단일채널로 삼성등 가전회사 먹여 살려야 했던 방통위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만들어낸 괴물이죠
    별도의 dmb가 되면서 방송사는 방송사대로 돈을 썼고
    소비자는 지상파와 차별되는 방송을 보고 있죠
    (별도의 시장이니 외화같은건 차별적으로 아예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위성dmb는 돈까지 내야하니.. 후후.. 바보짓이었죠
    차라리 4g에 힘을 싣고 모바일iptv에 더 힘을 실지..
    통신사의 데이터요금폭탄을 방치하면서
    덕분에 모바일시장은 세계주류에서 밀리고 스마트폰은 빌빌거리고

    차라리 dmb가 아닌 디지털방송을 휴대용으로 수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면
    어땠을까요? 지금이라도 디지털지상파를 수신할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면 안될까요?

    2010/06/24 14:26
    • udo  수정/삭제

      미국식 디지털 방송이 이동상태에서 수신이 불가 하기 때문에
      정부와 방송사간 갈등이 있었고
      그로 인해 탄생한게 dmb 아닙니까
      현 디지털 방송을 이동하면서 수신하게 하려면 그 또한 돈질일것 같은데요 (가능한지 불가한지는 알수는 없군요.. 불가 했으니 dmb라는 것을 따로 만들었겠지만요)

      본문에서 참고로 해두신 링크에 잘 설명 되어 있습니다만...

      2010/06/24 22:50
    • 그만  수정/삭제

      일단 디지털 지상파 수신 장치는 효용성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미 1080p 해상도의 HD를 구현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해상도가 눈으로 식별 가능할 정도라면 화면 사이즈가 최소한 20인치 와이드가 넘어야 하거든요. 고작 3.2인치 4인치 짜리에서 보기 위해 HD 영상을 송출하거나 수신하는 기술을 개발할 필요는 없겠죠. 해상도를 다운그레이드시킬 것이라면 지금 지상파 DMB로도 충분하구요.

      아마 4G 이후에 본격화 될 온라인 영상 송출 때문에라도 디지털방송 휴대용 수신 장치 개발이나 시장 출시는 그다지 효용성 없어 보이네요.

      2010/06/25 14:53
  4. 왓컴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미 tu는 물 건너 간 것 같고...IPTV조차도 그냥저냥 한 수준 같은데... 조만간 스마트TV 시대가 오면 어떤 국면을 맞을 지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섭니다. orz

    2010/06/24 18:26
    • 그만  수정/삭제

      스마트 TV에 대한 컨셉은 이미 10년을 우려먹고 있는데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IPTV는... ^^;

      2010/06/24 23:34
  5. bum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읽었습니다. 위성DMB 나오던 초기부터 이해가 안가던 상품이었는데. 지상파DMB와 IPTV에 대한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

    2010/06/24 19:50
    • 그만  수정/삭제

      좀더 다듬어 보겠습니다. 사실은 욱해서 쓰는 글이 더 빨리 써지긴 하던데...ㅋ

      2010/06/24 23:34
  6. 무량수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결국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끝나는 것이군요.

    이동시 수신하기 좋은 유럽식이 아니라 화질 좋은 미국식을 고집스럽게 정부에서 선택하는 것을 보고, 이거 시작부터 이상하다 생각은 했는데...

    잘읽었습니다. 그동안 관심 끄고 살았는데 결국은 이렇게 되었군요.

    2010/06/25 22:03
    • 그만  수정/삭제

      안타깝지만 실패한 것은 실패한 것이죠. 어쩔 수 없이 이제 슬슬 정리하는 단계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2010/06/3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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