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사들 사이에서 다시 기자
블로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이는 블로그가 점차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늘어나고 정부과 공공기관,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봐야 한다.
언론사들도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차원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동영상으로의 진출은
지난 번에도 지적했듯이 그리 손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멀티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돈과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텍스트 베이스', 즉 글을 중심으로 한 기자 적응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조선일보의 기자 블로그를 접한 바 있으며, 중앙일보의 기자 블로그도 접했다. 그 외에 여러 곳에서 기자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주춤한 상태다. 이후에 블로그 서비스를 붙인 곳도 몇 군데 있고 메타 블로그를 운영하는 언론사도 몇 군데(일간스포츠 블로그플러스, 전자신문인터넷의 ET블로그)도 생겨났다.
기자들을 블로거로 만들어라?최근 이들을 제외한 모 중앙일간지 기자들 가운데 30여 명이 기자 블로그를 하겠다며 블로그 서비스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움직임은 일간지, 월간지, 주간지를 가리지 않고 여러 곳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어 상반기 안에 기자 블로그가 다시 한 번 바람을 탈 것으로 보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그만은 그동안 언론사의 여러 움직임에 대해 여러 번 까칠한 찬물을 끼얹은 바 있지만 다시 한 번 까칠한 찬 물 한 번 끼얹어야 겠다. 물론 잘 운영하려면 좀더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기자 블로그를 생각함에 있어서 언론사와 기자들 각 개인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은 곳곳에 존재한다.
먼저,
블로그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는 누구 소유인가. 다시 한 번 묻겠다. 누구꺼인가?
기자가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한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옮겨가는 경우 그 블로그 안에 담겨 있는 기사와 컬럼, 그리고 각종 사진과 자료들은 누구 것인가?
기자 블로그 콘텐츠, 기자 소유? 언론사 소유?정답을 살짝 일러주면, 만일 서비스 약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면 기자 개인이 모든 저작권을 갖고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기자 개인이 언론사 이름으로 생산하는 콘텐츠, 즉 퍼블리싱(출판)을 고려한 글이거나 이미 언론사에서 출판된 내용을 옮겨담을 경우 이는 기자 개인이 아닌 언론사 조직의 재산이므로 따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기자가 쓴 기사를 인쇄매체에 나오게 하고 다른 포털에 전송된 기사를 스스로 자신의 블로그에 담는다면 그 기사의 저작권은 기자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재산권은 소속 언론사가 갖고 있으므로 그 기사는 함부로 사용될 수 없다.
기자가 외고를 쓸 경우에는 다르다. 기자가 다른 출판사나 다른 언론사에 기고를 할 경우 이 글의 저작권은 기자 자신에게 있으며 별도로 양도하지 않았을 경우 그 기사의 재산권 역시 기자가 행사할 수 있다. 관행상 기자 스스로 그 재산권을 주장해 다른 곳에 똑같이 팔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 다른 곳에 정기적으로 기고한 글을 모아 따로 출판할 경우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 언론사에 계속 몸을 담을 것이 아니라면 나중에라도 언론사를 옮길 경우 A 언론사에서 서비스하는 블로그에 데이터를 쌓아 놓다가 B 언론사로 옮겨갈 경우 이 데이터는 고스란히 옮겨올 수 있는 것일까? 그만도 솔직히 이 경우에는 헷갈린다. 골라서 퍼가기도 뭐하고 그 블로그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기자들의 경우 별로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중량감 있는 기자의 경우, 또는 해당 기자에 대한 고정 독자층이 있는 경우 A 언론사는 그 블로그를 폐쇄시킬 것인가 잔존하도록 해둘 것인가.
기자 블로그에 문제가 생겼다, 누가 보호할 것인가또 하나는 문제가 생길 경우다. 그만이 종종 주장하는
블로그의 법적 방어 취약성이다.
블로그를 사적 공간으로 이용할 경우 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00일보의 기자임이 드러난 상태로 00일보의 공식적인 의견과 달리 기자 개인의 견해를 블로그에 올려놨을 경우 이 경우에 00일보가 나서서 방어해줄 수 있을까? 또는 개인의 명예훼손이나 기밀 유출, 또는 모욕적 언사가 빈번한 블로그 글쓰기에서 00일보의 공식 000 기자 블로그를 통해 과연 얼마나 솔직한 글이 쏟아질 수 있을까.
적어도 00일보의 000기자 블로그임에도 그 블로그 안에 담겨진 것이 00일보에 실리지 않은 비공식 의견일 경우 이 기자는 법적으로 혼자 감당해야 한다. 모 신문기자의 블로그에 올려진 여성 아나운서 모욕글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음으로 양으로 회사가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소송 당사자는 그 기자 개인이다.
모욕이 아닌 경우에도 이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뒷 이야기나 소문 등을 자주 접하는 기자의 경우 그 소문을 블로그에 고스란히 올려 놨다가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한 개인의 사생활 침해 사건이 발생되었을 경우에는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
언론중재법도 언론사에게 각종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 언론인 개인에게 법률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위의 두 가지 문제는 기자 블로그가 재미 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준다.
재미없는 기자 블로그, 다 이유가 있다00일보 000 기자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하게 되면 해당 언론사의 논조와 대외적인 공식 의견과 반하는 내용을 공표하기 매우 어렵다. 이는 조직 사회에서 매우 당연한 일이며 자기 방어를 위해서라도 언론사의 게이트 키핑과 의제설정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는 블로그일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나 사회, 경제 분야에서는 해당 언론사의 논조가 매우 뚜렷해지는 경향이 있어 이런 분야는 기자 블로그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논설위원이나 각 차부장, 편집국장 정도라면 모를까 일선 기자에게 블로그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내놓으라면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객관적인 척 하는 기사 모양새가 되기 쉽다. 역시 이러다 보면 재미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통의 문제다. 그만이 살펴본 수많은 기자 블로그 가운데 소통을 제대로 하고 있는 블로그는 극소수였다. 이를 통해 소통이 기본이 된 온라인의 특성에 위배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기자임을 인지하고 댓글을 다는 네티즌의 경우에도 친밀감보다는 기존 '독자 의견'이나 '독자 엽서' 식의 의견이 많아 소통에 이미 장애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고민되는 문제는, 블로그가 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블로그를 개인 입장에서는 취미 정도로 생각한다고 해도 회사에서 시키는 블로그라면 순식간에 '일'로 돌변하며 그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자발성'과 '지속성'을 최대 가치로 하는 블로그 네트워크의 특성상 기자 블로그가 밍숭맹숭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5만원을 더 주고 10만원을 더 줘봤자 차라리 안 하고 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며 블로그의 1인칭 글쓰기의 매력을 느낀다고 해도 여러 복잡한 생각 때문에 자기 기사 배껴오기 이상의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독자가 기대하지 않는 콘텐츠'는 그 순간 빛을 잃게 마련이다.
기자 여러분, 정말 블로거가 되고 싶습니까?또한 특정 기자 블로그가 돌출될 경우, 조직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 조직에 도움이 되는 블로그인가, 아니면 조직에 도움은 되지 않고 기자 개인에게만 혜택이 있는 블로그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 기자 육성이나 스타 기자 육성에 소홀한 언론사들이 과연 기자 블로그를 히트작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보자. 짧게는 1년, 길게는 3, 4년 정도면 자신의 출입처가 바뀌는 지금의 순환 구조에서 과연 전문 기자 육성이 가능할까.
기자 블로그, 좀더 길게 보지 않으면 실패한다.
따라서, 기자 블로그를 염두에 두고 있는 언론사 관계자들은 앞의 문제점에 대한 심도 있는 조직내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정말 기자 블로그가 필요한가? 사실은 블로그 서비스를 하고 싶은데 기자들을 미끼로 삼고 싶은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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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일간지 기자로서, 상당 부분 그만님의 의견에 공감이 갑니다. 특히 저작권 부분이 그렇습니다. 제 동료 중 하나는 전에 있던 모 신문에서 상당히 재미있고 방문자도 많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회사를 옮기면서 해당 블로그를 폐쇄해야 했다고 합니다. 제가 우리 신문사의 블로그에도 가끔 포스트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네이버에 마련한 개인 블로그를 주로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7/02/26 02:29하지만 (매우 드물긴 하지만) 신문사 내 블로그로도 블로그를 잘 운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독자들이 잘 모르는 취재 뒷얘기를 주로 쓰는 기자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또 신문사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신변잡기보다는 포스트할 가치가 있는 내용을 주로 올리기 때문에 독자들에게는 정제된 읽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 펄님. 의견 감사합니다. 포스트 내용 중에 '잘 운영하고 있는 기자 블로그'에 대한 사례를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기자 블로그 때문에 다른 기자들이 압박을 받는 경우도 있어서요..^^
2007/02/26 02:41어쨌든 좋은 기자 블로그는 여전히 많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블로그는 언론사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블로그가 아닌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정말 기자 블로그와 언론사, 그리고 독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입니다. 그만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기자들 스스로 개별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언론사는 이를 지원하고 격려하면서, 독자 역시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기자 블로그가 새로운 콘텐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인생절정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2007/02/26 09:01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2007/02/26 11:27별말씀을요. 이 글이 참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우려감을 먼저 알고 있다면 피해서 대안을 찾기가 훨씬 수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02/26 23:24지금 언론사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컨탠츠에 메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자블로그는 언론사로서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같습니다.
2007/02/26 11:29그만님께서 지적하신 내용 뿐만 아니라, 매일 취재에도 고단한 생활을 하는 기자들에게 '블로그 운영'이라는 짐까지 주어 오히려 양질의 기사 생산에 지장을 주는건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언론과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스스로 위기를 부르는 결과가 초래하지는 않을런지...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고단한 기자들, 그리고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더 많은 기자들에게 블로그를 강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 소통하려는 기자들은 분명 있게 마련이며, 스스로 사명감과 콘텐츠 생산을 즐기는 기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최후의 승자는 언론사가 아닌 블로그를 이해하는 저널리스트가 될 것입니다.
2007/02/26 23:26언론매체 소속 기자들의 블로그 또한 내부직원의 블로그라는 관점에서 블로그 지침사항(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조금은 관련 있을만한 글 두개를 트랙백합니다. 기자 블로거이든, 직원블로거이든, CEO 블로거이든, 자기 글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블로그 운영은 참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2007/02/27 00:45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블로깅은 꾸준한 관심과 소통에 대한 의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요소가 빠진 채 '제 2의 지면 메우기' 정도가 되어버리면 백전백패겠지요.
2007/02/27 01:09'또한 특정 기자 블로그가 돌출될 경우, 조직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 조직에 도움이 되는 블로그인가, 아니면 조직에 도움은 되지 않고 기자 개인에게만 혜택이 있는 블로그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이 언론사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거의 일년의 시차를 두고 저와 아주 흡사한 생각을 하신 분이 있어서 반갑습니다. 그 시차와 함께 기자 블로그의 문제점도 이젠 확실히 드러난 듯 합니다.
2007/11/14 11:24감사합니다. BoBo님의 블로그에도 트랙백도 달고 댓글도 달았지만 입이 매우 근질근질하네요..ㅋㅋ.. 전직 기자이자 기자를 하면서 블로깅을 해왔고 블로거와 기자 사이에서 갈등해왔던 그 느낌들이 막 스쳐 지나갑니다.ㅋㅋ
2007/11/14 23:02의미있는 논점 확대라고 생각합니다. : )
2007/11/15 19:40트랙백 쏩니다.
역쉬~ 민노씨, 기대했던대로 이 논란에 참여해주셨군요.^^
2007/11/16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