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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거리에 대한 추억

Ring Idea 2007/03/26 13:57 Posted by 그만

대학 때 그만은 사회과학계열 전공이었다.

입학하자 생소한 문화를 접하게 된다. 이른 바 '세미나'라는 것이었다.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학과 내에 동아리 역할을 하는 '학회'란 것들이 몇 개 있었으며 각 학회는 주제별로 '연구회' 등의 이름으로 모임을 가졌다. 세미나는 이 학회원들끼리의 토론회 같은 것이었다.

그만은 당시 그 세미나에 흠뻑 빠져 있었다. 매주 1, 2개씩의 주제로 진행되는 이 토론회는 참석 인원이 적게는 3, 4명 그리고 많게는 열 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이후 그만은 한글전용에 대한 고집으로 '대거리'라는 단어로 순화시켰지만 여전히 '세미나'란 이름이 대세였다.

당시 이 세미나는 다음과 같은 역할 분담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의 토론이 매번 이어졌다.

■ 간사 : 보통 2, 3학년 선배들이 이 역할을 맡았다. 토론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토론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또는 토론에 대한 주제를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4학년은 취업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뒤풀이 때만 돈 내주러 오는 착한 '엉아'들이었다.^^

■ 발제자 : 1, 2학년 가운데 지정된 책을 읽고 주어진 영역에서 생각해볼 거리를 만들어 오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지정된 책이나 자유 주제를 놓고 학회의 성격에 맞는 토론 거리를 정해와 토론자들에게 화제를 던졌다. 보통 한 사람이 맡기도 하고 주제별로 토론자와 발제자의 역할이 돌아가기도 했다.

■ 토론자 : 참여자들은 모두 토론자였다. 모두 책을 읽고 온 뒤 토론에 참여하고 치열한 논리 경쟁을 벌이거나 지적인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끙끙 거렸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토론자부터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내용이 없는 사람, 또는 너무 논리 정연해서 토론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사람까지 다양한 말투와 논리 전개 방식들이 공중을 가득 채웠다.

나중에는 이 토론자들은 뭔가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예를 들면 대부분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하는 느낌이 들까봐 주제를 선정한 뒤 다른 쪽을 반박하는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찬반 양 진영으로 나뉘어 준비를 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3시간 정도의 토론을 마치고 나면 뒷풀이가 있었다. 그날 나왔던 주제보다는 친목도모가 주였던 젊은 시절이었다.

-------------------------->

지난 토요일(24일) 재미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날 저도 열심히 참여한다고 했지만 그리 스스로 만족스럽지는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해 마지막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치열한 토론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요. 뭔가 틀에 맞춰지지 않다보니 우왕좌왕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아쉬움보다 가능성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고 세상은 넓으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처지에서 똑같이(또는 너무 다르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더 많은 사람과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차 때 참여하지 못했으므로 지난 회 때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피부로 경험하지 못했지만 대충 분위기는 익숙합니다.

일단 IT 업계 종사자들이 토론에 그리 익숙한 분들이 아니구나를 느꼈습니다. 솔직히 많이 어색(^^)했습니다. 토론에 참여하려는 열기는 뜨거웠으나 생각보다 토론이 원할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문화일 수도 있고 우리네 정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치열한 토론이라기보다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는 선에서 수긍하고 넘어가려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으며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 서로 한 사안에 집중해서 뭔가 결과를 도출하려니 정리가 안 돼서 끙끙거리는 모습도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끼리의 토론보다는 모니터와의 대화를 더 많이 하는 IT인들이 뭔가 강렬하게 말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좋은 경험이었으며 시스템 엔지니어들, 포털 기획자, 게임 기획자, 기술 전도사, 서비스 운영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뭔가 한 가지 주제로 토론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어쨌든 후기를 너무 까칠하게 쓰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이 정도로 소감을 마치구요.(^^)
그만과 토론하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며 앞으로 좋은 관계를 지속시켜나가길 바라겠습니다.

* 앞 부분의 이야기는 토론회가 좀더 정교화될 필요가 있는지 이대로 난상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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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nblue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만님 후기 보니까.. 정말로 그동안 말로만 토론 이었지 사실은 서로 조심스럽게 의중을 떠보는 정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정면으로 이야기를 반박하려는 용기도 안나고, 그렇게 하는게 옳은것인가 하는 의문도 드네요. 그러다 보면 저같은 경우는 이기려고 들게 되어서 서로간에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도 나구요.(모두 제가 부족해서 그럴텐데 말이죠)
    역시 날카로운 시선이십니다.

    그날 만나뵈서 반가왔습니다. 글쓰시는건 까칠하신 면이 있으신데 실제 만나뵈니 전혀 그렇지 않으시더군요( 너무 당연한건가.. ^^ )

    2007/03/26 14:22
    • 그만  수정/삭제

      솔직히 상대방이 어떤 내공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토론을 한다는 것은 되려 심한 내상을 입을 가능성도 높죠..^^ 이러한 난상토론이 갖는 의미는 어떤 주제에 대해 서로간의 의견차이는 물론 경험차이, 그리고 생각의 차이를 재미있게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누구를 뽑아야 할지 토론하는 자리는 아니니까요..
      만나서 반가왔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많은 분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면서도 삶에 대한 상당한 자극을 주는 것 같습니다.

      2007/03/26 17:01
  2. THIRDTYPE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거리라고 하셨군요. 저희는 댓거리라고 했는데... ㅋ 저는 언제는 뒷풀이 사수를 외치는 한명이었죠~ :)

    2007/03/26 14:38
    • 그만  수정/삭제

      일상적인 표현상으로는 댓거리(발음으로는 대꺼리)이지만.. 우리말로 토론하다의 의미로 봐서는 표기법이 '대거리'가 맞더군요.^^
      저도 늘 뒷풀이를 노렸죠.. ^^

      2007/03/26 17:02
  3. 학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IT난상토론회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별다른 스케쥴이 없었으면 갈려고 했는데. T.T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갔으면 하는 생각이 있네요~

    2007/03/26 15:15
    • 그만  수정/삭제

      아쉽네요.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자리에서 좋은 모습으로 만나뵙기를 기대해봅니다.^^

      2007/03/26 17:03
  4. SuJae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번째 세션에서 저희팀은 거의 회사에 대한 불만표현과 폭로담(?)였답니다. 하하;;
    재미있었구요.. 그만님과의 만남도 무척 반가왔습니다.
    다음에 또 뵈요~

    2007/03/26 15:35
    • 그만  수정/삭제

      우리 팀도 그랬답니다. 지식근로자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것을 어떻게 수긍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하면서 대부분 '정치'쪽으로 흐르는 기운을 느꼈습니다. 일상이 정치죠..^^ 링블로그 열혈 독자님들을 만나면 솔직히 떨리고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2007/03/26 17:04
  5. 바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플 멤버로서의 조금 까칠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 여전히 갈 갈이 멀죠. 개척자의 정신으로..

    다음번에는 그만님이 주관하시면 어떨까요? ^^

    우리는 바로 바통 넘깁니다~

    2007/03/26 23:40
    • 그만  수정/삭제

      이번 준비에 자꾸 늦고 도움도 되지 못했던 입장에서 괜히 까칠한 것은 아니었을지...^^

      다만 좀더 나은 난상토론을 위해서는 이런 모임이 자주 더 많이 이어지게 되면 같은 주제라도 몇 회 뒤에는 새로운 결과가 도출되고 더 많이 재미있어질 것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흠냐.. 제가 어떻게 주관을 하나용..ㅋㅋ

      2007/03/27 11:17
  6. 안불렀슈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회, 세미나 이야기 들으니 참 반갑네요~ ^^ 예전에는 별거 아닌 주제로 얼굴이 붉어지도록 싸우고 그랬었는데요.. 물론, 지금 생각해도 매우 무거운 주제들이 더 많았지만..
    나이 들면서 자유롭게 그리고 치열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회사 사람들하고는 싸웠다가 일하기 껄끄러워 질 것 같고, 연락이 드문드문한 친구들과도 논쟁하기가 어렵고..
    그만님이 앞에 적은, '대거리' 에 대한 글을 읽으니 반가워서 댓글 남겼습니다.

    덧붙여서, 4학년 선배들이 비록 취업준비, 사회 진출 준비에 '밥줄'로 전락했지만, 가끔은 '걸어다니는 문건, 입을 열면 자료집 2권'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던 것 같네요~ ^^.

    2007/03/27 00:36
    • 그만  수정/삭제

      재미있었죠. 젊음에서 토론을 빼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많은 블로거들이 주장과 토론을 원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소통을 바라는 것이겠죠.
      댓글 감사드리구요.. 마지막에 있는 말은.. 정말 와 닿네요.. 그렇죠.. 저학년이 고학년을 바라볼 때면 늘 그들은 뭔가 초탈한 모습이었죠..^^

      2007/03/27 11:18
  7. 해피씨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역시 그런 고민을 1차 마치고 살짝.. 아주 살짝 해보았었습니다.(저역시 대거리 세대^^) 개인적으론 아직은 우선 부담없이 서로 다른 관점을 듣는 자리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치열한 토론은 그 다음이라고 봅니다. 그러고 보면, 다음번엔 심화토론반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듯 하군요 ^^

    2007/03/27 00:55
    • 그만  수정/삭제

      이러한 모임 자체가 자생적으로 생겼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또한 이렇게 생긴 모임들이 다시 동감을 불러일으키고 동참하게 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우리 속에는 '꿈틀거리는 표현의 욕구'가 저장돼 있었나 봅니다.^^

      2007/03/27 11:19
  8. 타조군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창시절 대거리.. 그 때가 그립습니다.
    저희 그룹에서 잡았던 주제들은 크게 이견이 있을 수 없었던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뭔가 격렬한 토론이 될 주제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2007/03/27 03:49
    • 그만  수정/삭제

      토론 주제를 잡을 때 다들 망설이시더군요. 차라리 토론주제를 참가 신청 때 함께 받을 걸 그랬어요..^^

      2007/03/27 11:20
  9. 준서아빠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은형님!!! 충성!!! 김대우 입니다.
    만나뵈어서 반가웠구요... 좋은 말씀과 2차에서의 조언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종종 블로그에서 인사 드릴께요!!!

    2007/03/27 13:38
    • 그만  수정/삭제

      흑.. 준서아빠님께서 형님이라고 하시니 엄청 늙은 느낌이 ..--;; 어쨌든 반가왔구요. 그만은 늘 좋은 사람 만나는 것이 낙이랍니다.

      2007/03/28 01:02
  10. 해피씨커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선 토론회의 방향에 제 생각을 정리해서 트랙백을 걸었습니다. 후기도 얼렁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007/03/28 01:32
    • 그만  수정/삭제

      트랙백 보고 나서 바로 답글 달고 왔더니 여기 계셨군요..^^ 의견 잘 봤습니다. 시도가 좋은 만큼 이후 진행은 더 재미있고 신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스스로 반성하는 의미를 담은 까칠함을 가장한 기대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해주세요~^^

      2007/03/28 01:40
  11. oojoo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험과 연륜속에서 성숙되고 진화되어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 아니겠습니까. 토론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되어 갈 것입니다. 그만님도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주셔야겠죠. ^^

    2007/03/29 09:48
  12. 천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국에는 이런 의사도 있다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거나 걷지 못하는 환자를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게 하고 본인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 치료비를 받는다
    또한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 절단을 진단 받은 경우도 중국 전통
    침술과 약물 치료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 하다고 한다

    050-4884-1050

    2008/01/0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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