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통제 vs 언론권력견제

Ring Idea 2008/01/29 10:06 Posted by 그만


모 여성 월간지 프리랜서 김모 기자를 상대로 20억 소송을 준비중인 송일국.

송일국의 법적 대리인을 맡은 이재만 변호사는 "배우로 왕성한 활동 중인 송일국에 이미지 및 정신적 타격을 입힌 데 대해서 민사상 명예훼손 혐의로 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일국 고소장 예고보다 하루 늦춘 29일 오전 접수 [노컷뉴스]





이혼설을 기사로 낸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노현정·정대선 부부

노현정-정대선 부부는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가 지난 7월 정대선씨와 협의 이혼했고 서울 W호텔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아시아 투데이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청구소송(5억원)을 제기했다.
노현정 ‘벼르고 있다’…이혼설 제기 언론 잇단 사과불구 ‘싸늘’[스포츠칸]



BBK 사건 조사 후 이명박 당시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정 발표하는 검찰. 김경준씨 수사과정에서 회유협박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시사IN)와 기자 상대로 소송을 냈다.
BBK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주임검사 최재경 특수1부장) 소속 검사들이 ‘검찰이 김경준씨를 수사과정에서 회유·협박했다’는 내용의 김씨 주장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BBK 수사팀 검사10명, 언론사 상대 6억 손배소[법률신문]



중금속 황토팩 논란으로 KBS와 전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중견배우 겸 전 CEO 김영애씨.
중금속 황토팩 논란으로 큰 타격을 받은 참토원이 KBS 측으로부터 3억원을 받아냈다...참토원 측은 "KBS 제작진의 불공정 방송으로 인한 피해액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 정식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고문변호인단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황토팩 논란' KBS, 참토원에 3억원 지급[스포츠조선]

언론에 의한 보도가 개인 또는 기업이나 단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물론 언론들은 사실 확인에 대한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도 언론사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닌 '믿는 것만 보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때 기사가 특정인이나 특정 대상에 피해를 줄 것이 확실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 기사를 써야만 하는 이유가 100만 가지라면 마찬가지로 내보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100만 가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언론사와 기자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빗발치면서 언론권력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기사로 내보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한 두 가지라도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권불 10년이랄까요. 자칫 기사 하나 잘 못 냈다가는 언론사 일년 번 돈이 홀라당 사라질 위기에 처해지는 경우도 상상해봅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기자들이 자꾸만 자기 방어적으로 바뀌어간다는 것이겠죠. 이는 자기검열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게 되고 이 때문에 결국은 언론의 기능과 권한이 위축되어 사회적으로는 국민의 알권리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 언론계의 시각입니다. 이러한 시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래와 같은 기사이겠죠.

▶정치권, 걸핏하면 ‘법적 대응’[기자협회보]

단순히 정치권의 소송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경제력과 영향력을 갖춘 연예인들마저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언론사 상대 소송을 감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서로 합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명예훼손 등에 대한 민사는 물론 형사소송까지 감행합니다.

한때 절대 권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듯이 보이는 언론사들은 내심 긴장할 수밖에 없겠죠. 소송의 나라 미국에는 언론사들이 법률자문위원을 반드시 두고 있고 최소한 로펌과 계약해 최소한의 방어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 누가 승자일까요?

언론사의 잘못된 보도는 오래도록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습니다. 쓰레기 만두 파동은 대표적인 케이스죠. 갖가지 추측성 보도로 인해 피해받고 있는 유명인들 역시 피해자들이죠. 자칫 회복할 수 없는 상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론사를 상대로 이겼다고요? 언론사가 우리가 졌소 하던가요? 아니죠. 언론사들은 자기 방어 논리가 투철한 집단입니다. 자신들이 이겼을 때만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경쟁 언론사의 패배 정도가 뉴스로 취급되죠. 수없이 많은 소송 사건과 정정보도 명령이 묻혀집니다.

그렇다고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남발되는 것을 언론권력에 대한 견제 현상이라며 반길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열악해지고 취재환경과 추락하는 신뢰성 위기 속에 '사람 장사'여야 하는 언론계에 재능있고 유능한 기자들의 수급이 끊기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피해로 남게 됩니다.

이렇게 소송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한쪽 구석에서 무시무시한 '알권리 침해범'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자기 검열'입니다.

덧, 거대 권력 처럼 보이는 언론사 기자들도 개인으로 들어오는 소송에 전전긍긍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소송이 언론의 확인 기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조성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이나 기업, 개인들이 제기하는 소송이 권력 견제가 아닌 '언론사 죽이기' 수준의 막장 대결이 되었을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지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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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학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론의 앞뒤 안가리고 일단 터트리고 보자라는 생각도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어디까지 정의해야 하는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가끔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핑게를 앞세워 말도 안되는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

    2008/01/29 15:49
    • 그만  수정/삭제

      물론 문제죠. 일부 부작용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나몰라라 하는 저널리즘을 무너뜨리는 행위도 정말 못 봐줄 정도죠. 그렇다고 해서 망해야 하는 언론사와 남아야 하는 언론사가 나뉘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여론은 다양해야 하고 다양한 사회 가치관을 투영해야 하기 때문이죠. 지금의 언론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언론인들이 자각하기를 기다리기에도 지쳤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렇다고 아예 입부터 막아버리는 데에는 반대합니다.

      2008/01/29 23:06
  2. 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주니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바른 생각을 가진 언론이라면 당연히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하겠지만 한국은 막강한 언론권력에 기생하는 찌질이 기자들의 수준 미달의 기사들이 범람하는 것이 엄청난 부작용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기자들과는 막장 대결을 해야져. 송일국처럼(만약 그의 말이 맞다면) 바른 이미지에 먹칠을 당하면 누구라도 대응할 권리는 있는거 아닌가요?

    2008/01/29 16:52
    • 그만  수정/삭제

      아마 많은 분들이 학주니님을 비롯해 주니님의 말씀에 깊은 동감을 할 것으로 봅니다. 언론을 옹호하는 글이 추천받지 못하거나 진탕 욕을 먹는 경우도 자주 보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비난으로 해결되면야 저부터라도 그동안 해왔듯이 마구 비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걸리는 것이 언론인들의 잘못 투성이니까 말이죠. 어쨌든 언론중재제도가 있는 것도 꽤나 우리나라 특성이 많이 반영된 것이 사실입니다. 웬만해서는 그냥 민사나 형사로 바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필터링 역할을 해주니까요. 하지만 이제 언론중재 기능을 바로 지나쳐 물질적인 피해를 가해야 한다는 보복 심리도 그리 안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도 복잡한 심경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언론사가 아니라)이 견제받는 것이 아닌 언론이 자본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은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2008/01/29 23:09
  3. 주연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그나마 소송을 제기하는 이들은 우리사회의 메이저란 겁니다. 마이너리티는 그나마 소송하는 것 조차 못하죠. 그런 상황에서 저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위축입니다. 물론 언론의 지나친 권렉에도 문제가 있지만, 한국은 언론의 권력이라기 보다는 어느 줄에 서느냐에 따라 힘의 향방이 움직인다는 생각입니다. 조중동문세는 다분히 예외지만요. 우리가 조중동문세를 빼면 찌잘이 기자들이란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사회의 언론 기득권이라기 보다는 마이너리티입니다. 그들까지 언론 권력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지 않나 싶네요. 링님이 예를 든 송일국, 노현정, 검찰, 그리고 황토팩의 김영애... 링니믜 글에 반박을 하는 것이 아닌 덧글에서 다소 안습 같아 씁니다.

    2008/01/29 21:08
    • 그만  수정/삭제

      주연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기득권과 정치인, 그리고 거대 기업집단이 사용하는 소송입니다. 소외계층과 언론에 대응할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늘 당하기만 하죠. 언론 스스로 자정기능을 갖추지 못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언론에게 가해지는 직접적인 보복은 또 다른 의미로 사회적 약자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반대로 기자들은 상대적인 강자에게는 약하게, 그리고 상대적 약자에게는 강하게 하는 못된 습관이 고착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덧, 흠.. 제 필명은 '그만'이구요.. 블로그 이름이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입니다.^^

      2008/01/29 23:12
  4. 여울바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론통제 혹은 무책임한 언론의 견제의 고민이 필요하긴 해요. 그런데, 주연님 말처럼 '무책임한 언론'에게 가장 많이 피해를 받는 것은 '사회적 약자'이고 동시에 '언론통제'를 하게 마드는 이들은 '사회적 강자'라는 생각이 드네요.(연예인들도 물론 피해가 크지만, 비정규직, 혹은 소소한 시민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지요.)
    언론이 최대한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견지해서 글을 쓰고 그게 어느정도 '의미'가 있을 땐, 언론에게 함부로 고소하지 못하도록 하는게 중요한 거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막강한 '삼성'의 이야기는 대부분의 언론이 '침묵'하면서 '파업'하는 노동자들, 아무런 힘이 없는 보통 '시민'들의 경우는 함부로 쓰고, 정정기사도 잘 내보내지 않는 경우를 들 수 있지요.

    2008/01/29 23:52
    • 그만  수정/삭제

      일단 무책임한 언론을 혼내주는 방법을 무작정 직접 소송의 방법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런 비싼 보복 방법은 소시민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만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언론중재 제도가 있고 이를 좀더 확실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한 대응이 쉽고 빠르게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정기사는 건물 무너뜨리고 미안하다는 푯말 하나 세우는 거랑 같다고 봅니다. 원문에 정정기사를 붙여야만 합니다.

      2008/01/3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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