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가 불러올 파국

Column Ring 2008/03/07 01:15 Posted by 그만

뉴미디어는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뉴미디어 세상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세상을 열어줄 것인가? 물론 지금은 그렇다고 말할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러나 뉴미디어는 기술적인 진보 이상의 사회적인 변화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제를 안겨줄 것이다. 비관적인 뉴미디어 세상. 어떤 모습일까?

사소한 일상의 과장
사소한 것이 크게 여겨진다. 침소봉대가 곳곳에서 벌어지게 된다. 우리 집 근처의 사소한 일상이 전세계가 주목해야 할 '사건'이 되어버린다.

사소한 연예인의 일상이 주목되면서 너도나도 그것을 알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발전한다. 연예인의 사소한 말 실수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지극히 국지적이고 지엽적인 엽기 사건이 사회적으로 문제시된다. 그리고 그것이 일반화되는 과정을 겪으며 온갖 잡스러운 이야기들이 따라 붙고 눈덩이 처럼 커진다.

마이크로미디어로의 진화 이면에는 매스미디어를 뛰어 넘어 메가미디어로 진화하는 미디어의 단면이다.

우리는 왜 연예인들의 침대속 이야기에 그렇게 주목하는가. 우리는 왜 지극히 일부 학생들의 졸업생 헤프닝에 그토록 난리인가. 주부의 주차 실력에 왜 그렇게 광분하는가. 정치인의 말 한 마디가 수십 수백개의 기사 소재로 사용되고 수천 건의 블로그 소재로 사용될만한 가치가 있는가.

너무 사소한 것을 참을 수 없는 사회가 되면서 너무 큰 사건에는 침묵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 자료의 소멸
디지털화는 대세다. 하지만 디지털화 된 데이터는 무한복제를 거치기도 하지만 한 번 소실되면 다시는 찾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소중한 지적 재산들이 어느 중고 PC 가게에서 포맷되고 있다.

뉴미디어는 데이터의 시대를 예고한다. 데이터는 쌓이고 무수한 데이터가 삭제된다. 삭제된 데이터는 잊혀지고 잊혀진 데이터는 처음부터 없었던 자료가 된다.

우리에게 남겨질 유산은 무엇인가. 15년 전 보석글로 썼던 내 일기는 어디에 있는가.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내 리포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20년 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는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 정전기로 인해 먹통이 된 USB드라이브에 저장된 보고서는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디지털 미디어 데이터는 100년 뒤 유산으로 꺼내서 재생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 흩뿌려진 소중한 데이터는 누가 보관해줄 것이며 도메인을 상실한 순간 그 데이터가 있던 장소에 어떻게 찾아갈 수 있겠는가.

뉴미디어 시대에는 지적 유산이 사라지더라도 숭례문 화재 처럼 소실되는 현장을 볼 수도 그 흔적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공동체 의식의 종말
함께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시간에 같은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의 정서적 동질감이 사라질 위기다. 하루 종일 미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에게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누가 말해줄 것인가.

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공통된 관심사에 등을 돌려 앉은 채 DSLR 카메라 잘 고르는 법, 맛나는 요리 만들기, 오픈소스와 애플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관심사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다.

지식인 시스템에 '어느 대학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올리고 답하며 훌리건들에게 '우리 대학이 다른 대학보다 나은 이유'를 찾아 다니는 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겠는가.

개인을 기준으로 한 메시지 집중화에 따라 관심사와 주목도의 분산은 사회적 공동체 의식을 말살시킬 것이다.

누구나 같은 시간에 같은 콘텐츠를 보는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며 꿈의 시청률 40%, 또는 꿈의 발행부수 250만부에 대한 이야기는 꿈으로 그칠 것이다. 주문형비디오(VOD)로 한 달치 드라마를 몰아서 보고 인터넷으로 필요한 기사만 골라보는 이들에게 동시감각은 없을 것이다.

물론 스포츠와 사회적 정치적 대형 사건 처럼 동시성, 즉시성, 실시간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콘텐츠도 있겠지만 그 비율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종합격투기도 어제 경기를 오늘 흥미롭게 보지 않는가.

IPTV, DMB, HSDPA, HDTV, 인터넷... 뉴미디어 세상. 정말 우리에게 행복한 꿈의 세상인가 또 다른 나이트메어(악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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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민혁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닿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2008/03/07 02:13
  2. 학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지탈 세계로 들어서면서 나오는 피해들이라 보여집니다.
    아날로그의 따뜻함은 없어진지 오래죠. -.-;

    2008/03/07 10:01
    • 그만  수정/삭제

      알고 준비하는 것과 준비 하지 못한 채 당하는 것과의 차이는 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8/03/07 21:47
  3. egoing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운 감각이 주는 경험이 익숙해지기 전에 새롭지 않은 경험이 되어버리겠군요.

    2008/03/07 10:11
    • 그만  수정/삭제

      어쩌면 연필로 글씨 쓰는 것이 어색한 지금이 그런 경험의 이전 현상을 체험상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초등학교 때 볼펜 쓰는 친구들이 혼나고 그랬는데 말이죠..^^ 지금은 숙제를 프린트 해오라고 한다네요..

      2008/03/07 21:48
  4. jedimaster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지털 미디어가 아니라 디지털 자체의 문제라고 봅니다. 십수년된 옛날 사진과 편지를 들춰보는 것은, 이제 영화 속 이야기가 되겠죠...

    2008/03/07 10:40
    • 그만  수정/삭제

      디지털이 정서와 얼마나 엮일 수 있는지는 화상 통화 이용율로 설명이 된다고 봅니다.

      2008/03/07 21:49
  5. 오스카  수정/삭제  댓글쓰기

    DSLR로 촬영하더라도 인화 사업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일지도~

    2008/03/07 10:57
    • 그만  수정/삭제

      현상하고 인화할 때 생각이 나는군요..^^ 나름 현상 기법과 인화 기법을 체득하기 위해 꽤 시간을 보냈었는데 말이죠..

      2008/03/07 21:50
  6. JK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인데, 일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2008/03/07 12:05
    • 그만  수정/삭제

      이건 뉴미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일반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죠. 물론 이런 문제점을 전혀 인식 못한 채 뉴미디어를 준비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2008/03/07 21:51
  7. delsdwf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동체 의식의 종말' 은 심한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의식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나 가치관을 의미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공동체 의식은 구성원간의 공통된 관심사를 확인, 공유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형태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즉 뜻 해석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의식은 구성원과 조직간 상호 존중 및 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편중된 문화에 심취되어 있다고 해서, 공동체 의식이 약화된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공동체 의식이 약화된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그러한 개인의 사적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편중된 문화의 심취가 공적영역에 영향을 미칠 때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는 제 경험상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08/03/07 21:32
    • 그만  수정/삭제

      좋은 의견 주셨네요. 약간은 차이가 있는 시각일 수 있겠습니다. 본문에서는 우려에 대한 강조 때문에 서술이 그렇게 흘렀지만 어찌 보면 1번과 3번은 역설적인 관계거든요.

      편중문화에 심취된다는 것이 곧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연관관계에 대한 설명과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점차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화 의식과 행동이 비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신자유주의를 들먹이지 않아도 수많은 정보가 유통될 때 일어나는 정보 편중과 편식 현상은 사회적으로 반드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 지적은 사회 공동체 의식에 대한 중요도를 좀더 무겁게 책정했기 때문일텐데요.

      delsdwf님(아이디 맞으신가요?)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혹시 여력이 되신다면 '경험상 일부분이 아닌' 부분에 대해 말씀하시는 부분을 좀더 구체화해주신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좀더 다양한 시각을 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8/03/07 22:07
    • delsdwf  수정/삭제

      죄송합니다. '경험상'이라고 적은 것은 오만한 표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주위에서 직접 경험한 경우는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간접 경험이기에 추측이라고 정정하겠습니다.

      그것은 메타블로그나 다른 미니블로그에서 접하는 많은 블로거분들을 보면서 추측했습니다. 이 글에서 나온것과 달리, 매우 매니아적인 취미를 즐기시는 분들도 사회적이슈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개인주의가 공동체의식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매니아적인 문화만을 즐기는 개인과 다른 구성원과 문화교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동체의식은 더욱 약화된다는 점도 잘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 의식의 종말'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역시 이러한 뉴미디어에서 찾고 싶습니다.

      공동체의식의 약화는 의사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공동체(community)와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동일한 어원을 가지고 있는 데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의 부재는 뉴미디어, 즉 인터넷등이 그 해결책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뉴미디어는 지금 공동체의식을 약화시키는 이유도 되지만 전통적인 공동체개념을 보안하는 가상공동체의 개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뉴미디어가 오로지 공동체의식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쓰여지지는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님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되어 참 기쁩니다.

      2008/03/09 02:43
    • 그만  수정/삭제

      본문의 내용이 아시다시피.. 조금 '과장'과 '억지 일반화'를 동원한 면이 있습니다.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쓰면.. 초점이 흐려져서요.

      아마도 그래서 '종말'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충분히 오해할만한 소지가 있다고 보입니다. 답변해주셔서 감사하구요. 스스로 지적사항을 정정해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공동체와 의사소통의 어원이 같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죠.^^

      죄송스럽지만 지적하신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음에도 글의 성격상 약간의 오버가 있었습니다만 고치기도 밍숭맹숭해서 일단 놔둬봅니다.^^; 이해해주시길...

      2008/03/10 00:35
  8. 점프컷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든 새로운 편리함은 예외 없이 새로운 종류의 불편함을 낳는다.-무라카미 라디오" 요게 문득 생각나네요.

    2008/03/10 15:46
    • 그만  수정/삭제

      아, 그런 말을 무라카미 라디오가 했군요. ^^; 아무래도 속도가 빠른 자동차를 몰려면 충돌나서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은 예이겠죠.

      2008/03/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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