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은 인터넷의 흐름에 참여, 개방, 공개라는 개념을 각인시켜주었다. 참여, 개방, 공개라는 의미를 설명할 때 뉴스 소비의 새로운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 바로 디그닷컴(Digg.com)이다.

디그닷컴은 소셜 뉴스 서비스(Social News Service)를 표방한 사이트다. 이용자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남들도 봤으면 하는 뉴스나 블로그 글을 등록해놓는다. 그런 다음 다른 독자들이 그 글을 읽고 남에게 알릴만하다고 공감한다면 디깃(Digg it!) 버튼을 누른다. 이른바 '추천'에 의한 뉴스 재배치 행위다.

디그닷컴의 뉴스 배치 기준은 간단하지만 매우 놀랄만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사례다. 먼저 인터넷을 기본적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며 널려 있는 정보를 하나로 집합시키는 데 사용자의 참여를 이용했다.

또한 사용자가 중요하다거나 남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욕구를 시스템화 시켜 기존 언론의 '게이트키핑(언론이 뉴스의 중요도와 가치를 평가해 편집, 배치하는 행위)'에 대한 주체를 과감히 독자에게 나눠주었다는 것이다.

디그닷컴을 집단 지성의 판단을 옳다고 믿는 민주주의식 사고가 만들어낸 새로운 뉴스 사이트로 만든 요인에는 과감히 독자에게 자신의 기사에 대한 판단을 맡긴 언론사들의 개방성도 한몫했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미국 유수의 뉴스 사이트의 기사에는 어김없이 '디그닷컴'으로 기사 보내기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개인의 블로그와 일반 언론사의 뉴스를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소식이 반드시 언론사로부터 나올 리 없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나왔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개인 블로그에 권위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상황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다.

■ 이미 독자들은 뉴스 보는 습관이 달라졌다
우 리나라 포털 사이트의 뉴스 영역은 거의 과점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어떤 포털 사이트를 가든 메인화면 가운데는 여지없이 뉴스 영역이다. 이 영역은 각 포털에서 수많은 언론사들로부터 비용을 지불하고 사온 뉴스들이며 이 뉴스는 포털 편집인들의 손을 거쳐 배치된다. 따라서 포털 편집인들이 제아무리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편집을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편향성 논란이 끊이질 않게 돼 있다.

하지만 포털의 뉴스가 이 정도로 독점적인 위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혁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단 포털 뉴스는 다양한 곳에서 생산되는 뉴스를 저인망식으로 끌어다 모아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들이 편리하게 다양한 뉴스를 접하게 만들어줬다.

또한 포털 뉴스에는 눈길을 끌만한 다양한 요소(모듈)가 좌우로 배치돼 있어 관련 뉴스나 사진을 바로 찾아 들어갈 수 있고 지금 많이 읽히고 있는 뉴스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시켜주었다. 댓글 시스템 역시 기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편하게 돼 있다.

또한 지금은 언론사들에게 욕을 먹고 있지만 독자들이 언론사들의 뉴스를 손쉽게 모아둘 수 있도록 블로그나 카페로 스크랩해갈 수 있도록 기능을 지원했다. 모두 독자들의 편의를 높여준 것이었으며 너나할 것 없이 많은 뉴스 사이트들이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는중이다.

최근 미디어다음(media.daum.net)의 '이 기사, 누가 봤을까?'란 서비스와 기자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는 '기자별 기사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댓글로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열혈 독자들과 달리 단순히 글을 읽고 침묵하는 다수 독자들의 성향이 궁금할 때 이 서비스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기자별로 기사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것도 기자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럽겠지만 독자들이 전문 기자를 찾아내거나 취재에 도움을 주고 싶을 때 유용할 것이다.

미 디어다음 안에 자리하고 있는 '블로거뉴스'는 그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간간히 뉴스 메인 페이지에 다른 기사와 섞이기도 하면서 주목도가 늘어가고 있다. 블로거뉴스에 상위로 소개되는 글은 오픈에디터를 비롯해 독자들의 선택에 의해 자동으로 배치된 것이다.

시민기자라는 새로운 미디어 영역의 지평을 연 오마이뉴스(ohmynews.com)가 '오마이뉴스 2.0'을 선보였다. '오마이뉴스 E' 서비스에 등장하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모든 시민은 편집자다' 독자들에게 취재 기자를 넘어서 편집자의 위치까지 넘겨줘야 한다는 생각이겠지만 아쉽게도 정치적 편향성이 이미 확고해진 마당에 오마이뉴스의 독자들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디그닷컴의 거의 모습과 거의 유사한 국내 소셜 뉴스 사이트인 뉴스2.0(News2.co.kr), 브레인엔(brainn.co.kr), 펌핏(pumfit.com)이 운영중이다. 물론 아직까지 독자나 언론사의 참여가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점차 이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올블로그(allblog.net)나 블로그코리아(blogkorea.net) 처럼 블로그 참여가 많아 소셜 뉴스 서비스의 본격적인 모습은 아직 미진한 상태인 것도 사실이다.

기자별 기사 검색과 기자 인명 평가 시스템까지 갖춘 '뉴스로그-시즌2'(newslog.com) 서비스 역시 최근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프로필 삭제를 요청하는 기자와의 갈등이 빚어지는 등 초기부터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뉴스를 읽는 습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일방적인 정보를 던져주고 한쪽으로의 여론몰이하는 기성 언론의 게이트키핑에 어떤 방식으로든 저항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다.

■ 구글까지 끼여든 언론사 포섭작전? 정작 주도권은 독자에게
지난 9월 7일 인터넷 업계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아니, 미디어 업계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언론계와 인터넷 업계 모두 주목할만한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구글이 '깜짝 국내 언론에 놀랄만한 제안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깜짝 놀랄만한 내용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조선일보를 주축으로 한 뉴스뱅크 사업에 애드센스 등의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고 회원사들의 디지털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또한 새로운 통합 뉴스 서비스를 만들 때 기본적으로 아웃링크를 지원하는 사이트로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미 NHN과 동아일보는 상당한 규모의 아카이브 사업을 위한 MOU를 맺은 상태이며 다른 여러 언론사들과 물밑 접촉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일지도 모른다.

이미 포털 업계가 언론계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일부 메이저 신문사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여기에 구글까지 끼여든다니 언론사들로서는 드디어 '이름값' 할 수 있는 상황이 왔다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소식에 독자들은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미디어 사업자들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든 결국 주도권은 이미 독자들에게 넘어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모든 뉴스가 유료화되지 않는 이상 어떤 플랫폼이든 독자에게 좀더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한 미디어(매개체)가 될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언론사들이 만들어내는 뉴스 자체에 대한 가치도 추락하지는 않겠지만 그 뉴스의 가치 판단 조차 독자에게 일부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권위와 신뢰의 정점에 서 있던 언론사와 기자들이 포털 뉴스 서비스와 소셜 뉴스 서비스를 익숙하게 이용하는 독자와 블로거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골똘히 생각해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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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에 오늘 송고된 칼럼입니다.

** 덧, 최근 야후닷컴과 비슷한 모양으로 사이트를 전면 개편한 AOL(aol.com)이 자사 하위 포털인 넷스케이프(netscape.com)를 디그닷컴(digg.com)의 모습으로 바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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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0:43 2007/09/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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