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선정적인 제목일 거 같습니다. 조금 더 자극적으로 제목을 구성해본다면 "우리나라 사람은 창조적인 생산에 약하다", "처음부터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모자르다"와 같은 욕 먹기 딱 좋은 제목이 달릴 수도 있겠죠. ㅋㅋ

지난 월요일(9일) 오전부터 차로 달려 보광 휘닉스파크로 향했습니다. "HCI2009 학술대회"에 패널로 참석하기 위해서였죠.

매년 HCI학회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는 올해 20년째를 맞는 국내에서 꽤 큰 학술대회입니다. 주로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소통을 주제로 삼는 학술대회이지만 저는 비논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집단지성과  한국어 위키피디어의 방향"이란 주제의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것이죠.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매우 복잡하고 심각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결국 '인간'과 '문화'의 문제로 귀결되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 자리에서 좌장을 맡으신 분은 이만재 ETRI 박사님, 역시 ETRI 연구원이시자 한국어 위키백과 편집자이기도 한 '케골'님, 그리고 연세대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님, 그리고 제가 참여했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순서인데요. 우선 이만재 박사님의 발표와 케골님의 발표, 그리고 제가 연이어 한국어 위키 활성화 문제, 그리고 위키백과의 문제, 기업에서 위키의 사용과 위키 방식에 대한 문제와 대안 등을 조금은 건조하게 터치하고 지나갔죠.

그런데 마지막으로 황상민 교수님의 경쾌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대략적으로 사람들을 6 가지 분류로 나누시더군요.

좀더 정확한 내용은 최근 발간하신 책 <디지털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에 나와 있다고 하는데요. 추후 서평으로 다시 소개할 수 있길 바랍니다.

황 교수님은 한국인의 주요 소비코드를 '생활인'과 '날라리'로 나눕니다. 생활인은 주류의 성향을 가졌고, 원하는 제품이 어디가 싼지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정도의 합리적인 사람들이죠. 반면 날라리는 비주류 성향이 강하며 고장이 안나도 휴대전화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등의 즉흥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황 교수님은 온라인에서 문화를 이끌어가고 대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젊잖은 생활인'이 아니라 '디지털 날나리, 또는 디지털 괴짜'들이라는 겁니다.

디지털 괴짜로 분류되는 디지털 부머(Digital Boomer), 디지털 루덴스(Digital Ludens), 네오 르네상스(Neo Renaissance) 라는 3가지로 분류된 사람들의 특성이 현장에서도 매우 재미있게 설명되었죠.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 온라인의 특성은 '괴짜'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한국어 위키백과는 이미 너무 '격식을 따지고 객관성을 따지고 복잡한 규율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활성화가 잘 안 된다는 결론을 맺으셨습니다.

제가 보기에 '생활인'과 '날나리'라는 범주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스마트한 생활인에게는 '통찰력'이 뿜어져 나오고 스마트한 날나리에게서는 '창의력'이 발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건 그렇고 나중에 청중의 덧붙인 질문에 또한 이런 말씀도 하시더군요.

"우리나라 문화는 생산의 문화가 아니에요. 위키도 그렇고 뭐든 문화를 수입하기만 하죠. 미국에서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인구대비 유학생 비율이 가장 높아요. 우린 배워서 오는 사람들이죠. 우리나라 문화가 새로 만들어져서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철저하게 우리나라는 문화 수입국입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매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저도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때 꼭 '예를 들면'이라는 식으로 해외 사례를 언급해주고 누군가 유명한 사람의 말을 언급해주어야 사람들로부터 수긍의 눈빛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할 때고 이런 글을 쓸 때고간에 사람들은 일단 '사례가 있냐'부터 묻습니다. 그리고 뭔가를 자꾸 범주화시키고 규범화시키고 단어로 규정하고 싶어서 난리죠.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 갖고 몇 년을 떠들고 있다거나 블로그가 미디어냐 아니냐, 또는 기자와 블로그는 다르냐 같냐 같은 허무한 논란이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미국에서 누가 이랬고 유럽에서 누가 이랬다 그러면 또 그냥 그런가보다 해버립니다.

전혀 논란이 창의적이지도 않고 일반화의 오류에서 빙빙 맴도는 것이죠. 저도 기업 내 위키의 활성화를 위해 너무 뻔한 이야기(대부분 어디서 누가 했던 이야기나 다른 사례를 일부 준용하거나)를 하게 됩니다.

황 교수님의 따끔한 지적에 제가 스스로 뭔가에 자꾸 자신을 가두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창의력과 통찰에 대해 일주일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미디어 2.0을 이야기하면서 기술 세계와 인문학 세계의 융합이 주된 관심사였는데요. 사실상 '심리학', '사회과학', '문화' 등의 요소들이 다시 큰 영역으로 비집고 들어오네요. ^^

** 이 글의 핵심은 단편적인 제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뭔가 자꾸 이미 갖춰진 것에만 기대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나 새로운 콘텐츠의 생산에 소홀한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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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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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문화는 생산의 문화가 아니에요. 위키도 그렇고 뭐든 문화를 수입하기만 하죠. 미국에서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인구대비 유학생 비율이 가장 높아요. 우린 배워서 오는 사람들이죠. 우리나라 문화가 새로 만들어져서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 황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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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극장 국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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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가는 포스트를 봤다. 글쓴분은 "우리나라 사람은 생산에 익숙치 않다"라는 제목이 선정적인건 아닌가 하는 약간의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지만 딱 그정도의 제목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대학때 배우던 학문도 모조리 외국에서 연구한 결과였고 교수님들도 주로 절대다수가 미국, 몇몇분이 유럽에서 학위를 따 오신 분들이었고 그리고 우리 대학에서 학위받은 교수님이 몇몇분 계셨을 뿐. 교과서는 당연히 원서 그때 교수님들 중에도 "우리나라는 학문의 수입국이다"며 안타..

    2009/02/19 00:2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웹초보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체 컨텐츠의 생산보다는 열혈 번역 블로그로 활동하는 저같은 사람에게 아주 따끔한 이론이네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렇게 생산력이 약해진 것도 결국은 외국 컨텐츠는 무조건 한수 위로 생각하는 권위(?)에 약한 측면 때문인지도.. ㅡㅡ;

    2009/02/14 03:15
    • 그만  수정/삭제

      콘텐츠 생산 시스템이 원할하지 않다는 것이 요점일 거 같습니다. 단순히 번역이라도 많이하면 위키백과가 더 풍부해졌을텐데요. ^^

      2009/02/14 10:46
  2. 세라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제 업계에서는 흔히 블로거들이 하는 블로그의 정의는 무엇이고, 어떤 것이 openness나 formal한 standard 따위의 이데올로기에 가까우니 더 우월하고 이런 것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자들을 어떻게 만족시켜줄까를 고민하죠. 원래 생산이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어떤 분야에서의 소비자들이 그 분야에서 경쟁력있는 생산을 수행하는 것은 드문일이죠. 소비자들의 성향을 '생산의 문화'가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좀 사기에 가까운 얘기 같습니다.

    위키피디아의 경우에도 위키백과에서 '괴짜'들을 허용해주어야 한다는 논리인 것 같은데, 굳이 위키백과를 '괴짜'들이 점령하는 문제일까요? 한국에서 꼭 위키백과가 성공해야할까요? '괴짜'들은 '괴짜'들이 놀기에 적합한 환경에서 놀면 되겠죠. (이를테면 지식인?) 범주화를 탈피해야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범주화의 그물에 걸려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창의력'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애초에 "온라인에서 문화를 이끌어가고 대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젊잖은 생활인'이 아니라 '디지털 날나리, 또는 디지털 괴짜'들이라는 겁니다."라는 얘기가 학계 뿐만 아니라 블로그계라는 시장 바닥에서도 이미 닳고 닳은 주제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창의력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얘기하신 것 중에 배울 점들이 있겠지만, 비판적인 시각으로 한번 얘기해봤습니다.

    2009/02/14 04:22
    • 그만  수정/삭제

      좋은 지적과 의견 감사합니다.

      황 교수님의 발언이나 제 글이나 뭐 우리나라를 비하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해외의 문화를 부러워하는 것도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과감한 생산 시스템으로 편입하기 애매한 상황에 있다는 점을 현상 관찰로 풀어놓은 이야기로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위키피디아의 경우에 위키백과에서 괴짜를 허용해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라 괴짜들이 어차피 위키백과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활성화가 지지부진한 것이 당연하다 정도의 논리입니다. 딱히 선과 악, 또는 이런 현상이 좋다 나쁘다의 의미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보구요...

      어찌됐든 황 교수님의 말씀으로부터 느낄만한 것을 찾은 것과 배울만한 것을 찾는 것, 또는 생각해볼 꺼리를 찾는 것이 그리 허황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2009/02/14 10:51
  3. xaos  수정/삭제  댓글쓰기

    : 한국어 위키백과는 이미 너무 '격식을 따지고 객관성을 따지고 복잡한 규율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활성화가 잘 안 된다는 결론을 맺으셨습니다.

    다른 언어 위키백과는 격식과 객관성과 규율을 마구 풀어놓고 있나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2009/02/14 06:09
    • 그만  수정/삭제

      위에도 말씀드렸듯이 인과관계에 대해 직선적인 결론을 만들고 싶어서 쓴 글은 아니구요. 단순히 해외 사례와의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단지, 사람, 그리고 문화에 대한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왜 구글이 한국에서 대세가 되지 못하느냐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누가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니구요...

      2009/02/14 10:53
  4. 하이컨셉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산력에도 약하고 눈치도 많이 보지요. 저는 매일 1시간에 3개의 포스트는 매일 씁니다. 아시겠지만, 미국의 유명 프로블로거는 하루 12시간 50개의 포스트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많이 생산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능한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데 ...

    한국어 위키와 관련한 이야기에 일정 동의하는 바입니다. 한국 사람들 전반적으로 눈치 많이보고, 분위기 따지고, 대세 따지면서 일정정도 스스로 위축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경향이 블로고스피어의 활성화라는 전체적인 움직임이랑 약간 매칭이 안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 ...

    2009/02/14 11:05
    • 그만  수정/삭제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감 있게 생각하는 것이 기초가 되어야 할텐데 .. 말씀하신대로 눈치도 많이 보고 나이많고 많이 배운 사람 앞에서는 주눅도 들고 익명의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지 고민하고.. ^^ 이래저래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이란 소리를 듣기 싫어하죠.

      그럼에도 뭔가 기폭제가 있긴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2009/02/14 12:06
  5. 케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사람은 창조적인 생산에 익숙치 않다" 동의합니다.
    그리고 창조적인 생산물에도 익숙하지 않는거 같습니다.
    익숙함 그리고 전문가보다는 일반인에 노출되어 있는걸 더 좋아하는거 같습니다.ㅎㅎ
    범주화 일반화 식상하기는 하지만 잘된 범주화는 올바른 생산타겟을 잡는데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2009/02/14 12:57
    • 그만  수정/삭제

      뭐랄까요.. 무엇에 관한 것이든 자신이 생각한 바에 대한 자긍심이 넘치면 자만이나 독선이 될 것이고 이것이 너무 약하면 눈치보기 아니면 굴복하고 기생하는 행태가 될텐데요..

      위키백과라는 '객관적 진실'을 최종 목적으로 삼는 시스템에서 과연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요.. 사회 속에서 사회화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개성이 말살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개인주의는 자제되어야 하는지... 저도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

      그저 콘텐츠를 잘 생산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나중 문제라고 봅니다. 결국은 인간과 사회의 문제일테니까요.

      2009/02/15 00:03
  6. 어릴적부터 듣던;;  수정/삭제  댓글쓰기

    변호사, 의사, 검사, 판사,,,,악사가 있다면 악사가 젤 생산적이겠군요..40만장만 팔아도;;;

    2009/02/14 15:40
    • 그만  수정/삭제

      ㅎㅎ.. 흥미로운 비유인데요. ^^

      2009/02/15 00:04
  7. Jelly君  수정/삭제  댓글쓰기

    ..
    우리나라 창의력 떨어지는..

    2009/02/14 21:45
    • 그만  수정/삭제

      남과 다른 것 때문에 공격받는 세상이니까요.. ^^

      2009/02/15 00:04
  8. 윤귀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항상 외국사례를 들면서(특히 선진국 운운하는) 상대의 동의를 이끄는 방식의 이야기에 불만을 느꼈습니다. 무조건 선진국이면 다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듯?
    게다가 항상 제2의 워렌버핏 이니 제2의 빌게이츠 라는 식의 이 '제2의' 라는 말도 다른나라에 비해서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 또한 이런 우리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웹상에서 디지털 괴짜라고 언급하신 듯이 정말 창의력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창조력이 뒤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인정하고 키워주려는 풍토가 없는게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기업에서 창의적 인재를 외칠 때 정작 창의적인 방법으로 인재들을 뽑지는 않듯이 말이죠.

    내용과 상관없는 사족이지만, 우리나라 포털서비스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들은 왜 해외시장을 개척할 생각을 하지 않고 내부에서만 컨텐츠를 생산하며 경쟁할까요....

    2009/02/15 17:00
    • 그만  수정/삭제

      저도 어쩔수없이 그런 모종의 사대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스토리텔링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긴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정작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면서도 창의적인 인재들을 배척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은 오히려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단점을 개선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도 여러모로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포털서비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도 해외시장 개척을 해보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겁니다. 노력은 많이 하고 있어요... ^^

      2009/02/17 09:05
  9. 드래곤스톤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사람이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정말 이땅에 조금만 살아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한국인이 창의력이 부족하게 된 이유를 환경적인 형태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만님이 쓴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문가의 예시를 좋아하니까.. 예를 들자면

    사계절 반도 국가에서 벼농사를 짓게 된 것이 창의력이 부족한 원인을 야기했다고 생각합니다. 벼농사는 사실 열대 지방에 적합한 작물입니다. 4계절이 뚜렷한 곳. 특히 겨울과 여름의 차이가 삼한 곳은 벼농사를 짓기가 상당히 여럽지요. 2모작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해 벼농사를 실패하면 겨울에는 그냥 굶어 죽고 맙니다.

    따라서 한번 벼농사 방식이 정해지면 웬만해선 그 방법 대로 할려고 합니다. 누군가가 "올해는 다른 방식으로 색다르게 지어 보지요" 이렇게 말한다면, 바로 "개념없는 놈" "똘아이" 취급하고 생매장 해버럽니다. 이 친구 말만 듣고 하기엔 리스크가 너무나 큽니다.

    이렇게 한두해 쌓이고 몇백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기질로 정착합니다. 즉 나서고, 튀고, 영웅 스타일의 캐릭터는 본능적으로 싫어하게 됩니다. 조선이 5백년을 넘게 왕조를 유지하는 까닭도 어느정도 설명됩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근히 영웅을 바라면서도 결국 왕따 시킬려는 심리도 이해됩니다. (ex 차범근)

    사실 지금도 어떻게 보면 우리는 조선시대 벼농사를 짓는 마을 같은 시스템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학입시 지요. 인생 전체를 하나의 벼농사로 생각해 보세요. 대학입시는 모내기에 버금갈 만큼 아주 중요합니다. 남들이 다하고 검증된 방식(SKY 대학 진학)을 안하고 혼자 다른 방식으로 모내기(자신의 적성에 맞춰 굳이 대학 안감)를 하면 얼마나 리스크가 클까요?

    아무튼 좋은 글 읽었습니다. ^^

    2009/02/16 10:32
    • 그만  수정/삭제

      흥미로운 비유네요. 벼농사.. 그리고 영웅.. 왕따..

      일단은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포용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여전히 종족문화에 의해 국가 구성원 전체를 가족으로 보는 것에서 남의 특성에 참견하려는 습성 때문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대학입시 때문에 이 땅의 90%가 넘는 젊은이들이 평생을 열등감 속에서 살게 하고 있죠..

      남이 잘 되는 것 자체가 싫다보니 과정을 무시한 거대한 성공은 오히려 떠받들고 비슷한 여건에서 자수성가한 사람은 깎아 내리는 문화도 문제라고 봅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남 비난하기 바쁘니 원.. 그것도 좀 거악을 비판하면 좋으련만... 만만한 친구들만 험담하고 있네요.. 쯧쯧..

      2009/02/17 09:11
  10. ..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blog.aladdin.co.kr/mramor/2595990

    묘하게 연결되는 글이 RSS에 같이 떠 있어서 댓글 답니다.
    문화 수입국이라는 것은 문화가 건너오는 방향성보다 그 양상에서 더 문제가 되는 일로 파악할 수도 있네요.

    2009/02/16 10:32
    • 그만  수정/삭제

      좋은 글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역과 번안, 그리고 창조와 개선.. 많은 생각이 떠오르네요.

      2009/02/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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