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자만의 세계는 아니다

Ring Idea 2008/03/12 09:41 Posted by 그만
대학 때였지요. 일찍 시작한 분들이야 8비트가 어쩌고 MSX가 어쩌고 하겠지만 전 컴퓨터를 대학 때 처음 만져봤습니다.

빠져들 수밖에요. 미친듯이 책을 읽고 수많은 소프트웨어(당시엔 불법에 대한 개념 조차 없었죠)를 깔고 이리저리 활용해봤습니다.

단, 게임은 잘 안 했습니다. 고작 하는 게임이라고 해봤자. 한메타자교실에 있는 타자 게임 정도?(죄송..--;) 게임을 설치해도 한 두 단계 이상의 집착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론학도로 컴퓨터를 어느 정도까지 알아야 할지 애매했지만 당시 몇 명의 컴퓨터 도사들 틈바구니에서 하드웨어 지식을 귀동냥 정도는 할 수 있었죠. 제 관심은 DTP였습니다. 컴퓨터를 활용하면 멋진 인쇄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죠. 94년에는 CAD와 3Max를 학원에 다니면서 배우기도 했습니다. 컴퓨터로 뭔가를 만들어 내려면 여러 스킬을 숙련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마도 현재 세컨드라이프류의 3D 기술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상상하고 있었나 봅니다.

물론 인문사회계열 출신이 기술과 창조성이 필요한 영역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군대에 갔다오고 나서도 집중적으로 몰입했던 것은 인터넷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이었죠. 단지 기술이 아니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현상이었습니다. 10년 20년 후 미래를 이야기하는 신문들을 보면서 별로 감흥이 없었던 것은 사회적 현상이 그리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고 사회와 문화가 바뀌려면 최소 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20년 정도되면 엄청나게 거대한 로봇이 등장할 것이란 황당한 만화영화를 좋아하긴 했어도 그 안에서 사회적 문화적 가치의 변화된 모습이 더 흥미로웠죠.

1998년 대학 4학년. 첫 직장 이야기와 두 번째 직장인 컴퓨터 잡지로의 진출은 다음의 글을 참조해주시구요.

2007/12/04 10년 전 엽기 잡지사 이야기
2007/11/21 그만은 IMF 수혜자? 피해자?

대학 때 이후 이런저런 스킬을 배우고 익히면서 지금껏 IT와 관련된 글을 쓰면서 먹고 살아왔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울궈먹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술이 기술 자체에서 멈추지 않는 이유는 저 처럼 기술 문외한의 눈높이에서 전해주는 소식 전달자들이 있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뭔가 모르시나 본데..'라며 비아냥 거리는 IT업계 분들을 만납니다.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은 '그 뭔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인문계 출신들의 '말뿐인' IT 이야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도 있죠.

반면 인문계쪽 출신들은 IT의 대중화를 위해 무한한 상상력과 글쓰기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IT의 대중화에 기여한 사람들은 기술업종이 주역이지만 글로 밥벌어 먹고 사는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잡지시절 '기술자들의 언어'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좀더 '일반인'이 알아먹을 수 있는 언어로 해독하고 번역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죠.^^

그래서 블로그를 활용한 IT업계의 움직임이 너무 흥미롭습니다. 블로그라는 통신 채널을 통해 IT는 인문학쪽으로, 그리고 인문학은 좀더 IT쪽으로 다가서길 기대해봅니다.

** 이 글은 문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Launch Team 인터뷰 이야기를 읽다가 아래 행사에 참여할 목적으로 쓰여졌습니다.(올랜도 갈 생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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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run33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루션 개발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저로서는 아~주 공감이 갑니다..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에 갈등이 많죠. 기획자는 관련지식 부족, 개발자는 나름대로의 어려움.. 서로 다다가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텐데 말이죠.

    2008/03/12 13:07
    • 그만  수정/삭제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배려'의 맘을 먼저 갖고 시작한다면 좀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경우가 많겠죠.

      2008/03/12 16:14
  2. 비트손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인문계 출신으로 IT업계로 뛰어들어서 그런지 그만님의 글에 공감100% 입니다. 그 무한한 상상력에만 갇히지 않기 위해선 그래도 어느정도 개발자와 엔지니어분들의 마인드도 이해하려고 하고, 나름대로의 학습도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긴 합니다.(^^)

    2008/03/12 13:21
    • 그만  수정/삭제

      학습. 중요하죠. 얼마 전부터 개발자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테크라이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문계인들에게도 '기술'은 떼어낼 수 없는 화두이죠. 회계 관리 프로그램, 의료 관련 기기들은 서로의 영역이 합쳐지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2008/03/12 16:15
  3. ㅡ,.ㅡ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는 nokarma.tistory.com 쓰는 분 안오시려나요?

    그분이 좀 '모르는 넘들은 닥치고 버로우 ㅋㅋㅋ' 스타일인데..

    2008/03/14 15:43
  4. 바로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역사학도인데...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이야기는 중국 IT 관련 이야기가 많다죠?! 하지만 전 모르는 넘들은 닥치고 버로우 소리는 안듣습니다. 다들 중국 IT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하하하^^:::

    제 주위 IT 인사들은 다들 친절한 분들인지 몰라도, 그것도 몰라라기 보다는 설명을 해주시는 편입니다. 물론 저도 질문할때도, 더도 말고 초보자의 눈에서 "이거 재미있어요?" "xxxx을 xxxx로 만드는건 힘든가요?" 정도의 질문을 한다죠-0-;;

    2008/03/16 02:21
    • 그만  수정/삭제

      뭐 꼭 다 그렇다는 거는 아니죠..^^ 듣는 사람 눈높이에 맞춰주려는 분들이 참 많죠. IT가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사회학의 교차로가 인터넷이 아닐까 합니다.

      2008/03/1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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