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똥 주으러 다니는 블로거

Column Ring 2007/04/16 23:48 Posted by 그만

일단 1월에 다음 블로그 포럼에서 했던 강연 자료를 보시죠.

당시 제가 예언이랍시고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었더랬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한 가지 예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일단 예언 3. 에서 "코끼리를 사냥하러 가는 그들은 무리지어 떠나리라"는 예언을 했습니다.

예언체로 하다보니 뭔소리냐고 묻는 분이 계시길래 현장에서 이렇게 설명을 했었습니다.

거대한 동물, 즉 온순해보이는 일꾼이지만 밟히면 '끝장'나는 코끼리를 기성언론에 비유했던 것이죠.^^

언론에 맞서 전문성을 갖춘 팀블로그, 링블로그, 개별 블로그들이 단단히 무장하고 언론에 대항하기 위해 나설 것이란 이야기를 했던 것이죠.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외전. 에 있습니다.

외전. 에 이런 문장이 등장하죠? "코끼리 똥을 주으러 다니는 사냥꾼이 더 많으리라" 앞의 예언 3. 과 이어지는 내용인데 약간은 암울한 상황을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정작 언론을 사냥하려는 블로그들은 떼를 지어 코끼리를 잡으려 하는데 나중에 얻은 것은 코끼리가 싸 놓은 똥을 줍는 것에 만족하는 상황을 말한 것입니다.

마치 지금 블로그가 1인 미디어의 궁극적인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고 전문성 있는 블로그가 언론에 대해 통쾌한 반박을 하거나 언론을 조롱할 때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말씀드렸지만 사냥하는 것도, 코끼리 똥을 주워 오는 것도 블로그의 목표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코끼리를 농작물을 망치거나 사람을 해치지 못하도록 코끼리 등에 올라타라는 말을 했었죠.

언론과 협조하거나 언론을 이용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언론과의 어설픈 타협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코끼리 발 밑에서 아슬아슬 발바닥을 찔러봤자 코끼리는 그냥 뭉개고 말겠죠. 하지만 코끼리 등 뒤에 타고 나면 코끼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등 뒤의 '그들'이 코끼리에게 방향을 알려줄테니까 말이죠.

코끼리 등에 올라 타라
그런데 코끼리 등에 올라타는 것은 커녕 차라리 코끼리를 사냥하지는 못할 망정 어설프게 코끼리 똥(사소한 오보, 작은 실수, 의도적 논평과 사설 등)만 들고 환호하지는 말자는 뜻입니다.

언론은 우리 모두가 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언론사는 실제 가시적인 조직입니다. 이 조직은 생각보다 오랜 동안 정보를 캐내고 정보를 획득하고 정보를 가공해서 정보를 소비하기 좋게 만드는 능력을 배양해 왔습니다.

전문성이 없다고 비난을 받을 수는 있으나 최소한 언론사 종사자들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입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어떻게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 어떤 것이 중요한 문제이고 사소한 문제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훈련' 받아왔습니다.

개인과 조직의 싸움, 또는 다수의 개별 개인들과 조직의 싸움. 누가 이기겠습니까? 그만은 싸우라는 말보다는 서로 이용하고 활용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그런 눈을 가진 언론사라면 적어도 윈윈에 대한 전략을 외면했던 개인이나 조직보다 더 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분야별 전문가인 수 많은 블로그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인 언론사들의 연합. 그것이 언론사가 아니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매체사여도 괜찮은 모델일 것입니다.

대결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무엇을 갖고 있으며 그에게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다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나오게 마련입니다.

언론사, 또는 포털, 또는 전문 블로그..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좀더 나은 방향성을 위한 조언과 애정어린 질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뼛속까지 협조하기 싫은 언론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그 언론사의 똥을 주워들고 기뻐할 것이 아니라 내 맘에 드는 언론사(또는 매체) 코끼리에 올라타면 되지요. 코끼리는 많으니까요.

** 참, 이 예언 내용은 그 전에 써 두었던 포스팅이 뿌리가 돼서 만든 것입니다.
2007/01/02 그만의 2007 블로고스피어 5대 사건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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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고자라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그런데, 트랙백 전송이 안 되는군요. 수동으로 걸어봅니다. ^^;
    http://www.migojarad.com/entry/blogosphere-and-journal

    2007/04/17 00:17
    • 그만  수정/삭제

      네, 트랙백 걸린 글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04/18 00:42
  2. 해피씨커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옷.. 훌륭한 비유입니다.
    굳이 대결로 갈 필요는 없죠.

    2007/04/17 01:12
    • 그만  수정/삭제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억지로 말을 만들어봤습니다.^^ 대결 구도가 아닌 보완재 역할을 해나간다면 한국의 블로그 문화도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2007/04/18 00:43
  3. 마루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를 시작하기전에 블로그스피어를 떠들썩하게 했다는 전설적인 예언이 이제야 보게 되었는데, 명쾌하고 아주 예리한 예언을 하신것 같습니다. 절반은 제가 생각해도 이미 맞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뒤에 코끼리를 비유해서 풀어주신 말씀은 참으로 좋은 말씀인것 같습니다. 많은 블로거들이 새겨들어 블로그 운영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07/04/17 01:55
    • 그만  수정/삭제

      --; 그다지 전설적인 예언은 아닌 것으로 아는데요..^^ 어쨌든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아, 오픈 블로그에서 인터뷰는 잘 봣습니다.~

      2007/04/18 00:44
  4. 학주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 코끼리에 올라타야 잘 된 상호협조관계가 될까요. ^^;

    2007/04/17 10:08
  5. BL  수정/삭제  댓글쓰기

    1인 미디어이든 기성 언론사든, 나─페이퍼─너(다수나 개인)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소통하는 시스템인것 같은데요. 그 시스템에서 소비자적 입장을 띄고 있는 다수거나 개인인 '너'의 관심과 호감도에 따라 대결이라는 구도 자체가 성립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결이 아닌 공생이라는 말씀을 하셧는데요. '너'의 관심이라는 눈이 일원이나 이원적 단순한 시야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크게 다원화 되지는 않을듯하기도 합니다. 이때, 가내 미디어와 기성 언론사 간에, 대결이 아닌 공생의 방법들은 대략 어떤 방법들이 있다고 보세요..?

    2007/04/17 12:34
    • 그만  수정/삭제

      대결이라고 말씀 드린 원래 내용은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 아니라 '네가 잘 못 나가면 내가 고쳐주마, 내가 생각하는 바를 네게 알려주마' 하는 식의 모습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매체란 것이 궁극적으로는 사라지는 것보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이 죽는 것이 아니라 신문은 자기 영역을 궁극적으로 찾아낼 것이라는 말씀이죠. 라디오가 그랬고 잡지가 그러고 있고 방송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 이제는 매스미디어의 권력 집중의 시대에서 매스미디어와 일정한 권력 평등내지, 권력 분산의 시대에 블로거들이 우쭐한 맘에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모습에 대해 경계의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공생의 방법은 지금도 시도되고 있지만 지금은 사실 초기에 불과하죠. 궁극적으로는 서로에게 신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서로를 이용하면서 공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부작용도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글의 주제는 아니구요.

      팀블로그 논의라거나 링블로그, 블로그 네트워크 등의 일정 영역에서의 전문화와 신선함, 솔직함과 소통의 미덕은 매스미디어들에게는 꿈과 같은 목표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공감대를 중심으로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 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본문에도 말씀 드렸듯이 매스미디어라 함은 포털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추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을 다시 할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지금은 움직임 초기라 평가하기 좀 뭐해서요.. 지금 감지되고 있는 움직임들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상생 조건을 찾는 시도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그 가운데 그만이 의견을 피력할 부분이 생길 것으로 봅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2007/04/18 00:51
  6. 순디자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탁월한 비유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2007/04/18 00:59
    • 그만  수정/삭제

      감탄까지..^^;; 어쨌든 독자 여러분이 이해할 수 있었다는 데 안도합니다. 괜히 혼자서 생뚱맞은 비유를 하고 혼자서 암호 풀듯이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요.

      2007/04/18 17:52
  7. SuJae  수정/삭제  댓글쓰기

    곧 예언의 성취 시대가 올 듯합니다. 아니 벌써 왔나요?
    Already but NOT yet >_<
    저도 트랙백 날립니다~

    2007/06/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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